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나는 시간을 찍었나 보다

[2012-06-08, 19:13:40] 상하이저널
‘그 사진 속에 나는 없다 나는 시간을 찍었나 보다.’
시인의 시처럼 나는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중국으로 이사를 올 때 부치지 않고 직접 들고 온 짐이 아이의 사진앨범과 액자였다. 하지만 한 번도 벽에 걸어 보지 못했다. 벽에 못질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중국 방동(房东) 덕에.

그러다 보니 액자는 애물단지처럼 되어 버렸다. 진즉 앨범이나 사진액자에 대한 미련이 적은 터라(웨딩사진 액자도 하지 않았던 성격이라) 아이들의 성장기 사진은 인화하지 않고 폴더(file folder)에 저장하는 걸로, 대신 아이들이 커서 서운하지 않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일상 사진을 찍어 정리해주는 걸로 방법을 바꾸고 어느새 아이의 성장사진 폴더가 10년의 기록이 되었다. 한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리자 샤먼으로, 홍콩으로, 상하이로 옮겨온 게 다인데 10살, 5살의 두 아이가 생기고 결혼생활 10년의 시간은 카메라 셔터소리처럼 경쾌하게 지나갔다.

타국생활 외롭지 말라고 남편이 사다 준 디지털 카메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뭔가에 정성을 들이고 모으고 정리하길 좋아하는 나는 처음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는 하루에 서 너 장도 긴장하며 찍었는데 지금은 아이들과 외출했다 돌아오면 100장, 200장씩 사진이 들어있다. 사진을 막 찍기 시작한 초창기엔 잘 나온 사진으로 보기 좋은 기록만 남아있고 사진숫자도 적었다. 잘 나온 사진이 현재의 행복을 나중에도 느끼게 해주겠지 싶었지만 추억은 사진 속에서 웃지 않았던 시간도 그립노라 말하게 되는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성장사진을 찍기 시작한 즈음엔 내 아이 모습만 파인더에 보이더니 차츰 사는 동네, 먹는 음식, 만나는 사람도 찍게 되었다. 카메라 파인더로 보는 세상이 더 익숙해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진 속의 내 삶은 사각 프레임의 틀 안에서 내가 원하는 대상이 뚜렷해서 좋았다.

내가 보고 싶고 남기고 싶은 것만 보던 나는, 카메라와 함께 결혼생활 10년 동안 파노라마 카메라처럼 제법 넓게 많은 것들을 보고 찍고 남기고 느끼고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에 내 모습은 없다. 정말 난 시간을 찍고 있었나.
며칠 전, 노트북에 아이들이 주스를 쏟아 노트북이 사망 직전까지 가는 가슴 쓸어 내릴 일이 있었다. 노트북의 전원이 나가버리는 순간, 노트북 안에 얼마나 많은 사진자료가 있었던가가 생각이 나고 지금까지의 시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다행이 남편의 수고스러움과 정성으로 별 탈 없이 해결이 되었지만 결국 반영구적인 기록도 이런 일 앞에선 소용이 없구나 싶었다. 지난 시간을 영원히 잡아두고 싶은 게 미련한 욕심이지만 하루하루를 즐겁게 일상을 바라보는 최선의 방법으로 장을 보러 나가면서 카메라를 챙긴다. 사진은 내게 추억의 기록이다.

▷Betty (fish7173. blog.me)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절반의 기쁨 2012.06.01
    "어떡하지? 어떡하지?" TV속에서 젊은 남자가 잔뜩 고민이 있는 얼굴로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대답은 어이없게도 진짜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는 것..
  • [아줌마이야기] 기(氣) 싸움 2012.05.21
    작은아이가 이젠 내 키를 훌쩍 넘어 버렸다. 나란히 서 있을 때도 날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등교시간에 맞춰 아일 흔들어 깨울 때도 사뭇 사내아이다운 풍채에 쉽게..
  • [아줌마이야기] 봄 손님 2012.05.14
    2009년, 생각지도 않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004년부터 중국생활을 시작하며 육아일기며 사는 얘기를 올리던 블로그에 한국 육아잡지 기자분이 해외통신..
  • [아줌마이야기] 기분 좋은 날 2012.04.28
    연일 맑은 날씨와 한낮의 태양으로 충분한 일광욕을 해서인지 보이는 모든 것이 활기차게 느껴진다. 때론 만개한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
  • [아줌마이야기] 지금 우리는 2012.04.27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사람들의 정보 공유 속도가 놀랄만큼 빨라졌다. 좋은 정보만 빠르게 움직인다면 좋겠지만, 말릴 수 없는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에 공유하지 않아..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4.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6.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7.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8.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9.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10.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경제

  1.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2.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3.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4.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5.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6.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7. 중국, 7년 만에 초전도 자성체 세계..
  8. 中 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 18.8..
  9.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용후이마트..
  10. 中 신차 시장 ‘가격 전쟁’에 1~8..

사회

  1.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2.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3.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4. 상하이 디즈니, 암표 대책으로 입장권..

문화

  1.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2.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3.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4. [교육칼럼] ‘OLD TOEFL’과..
  5.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7. [중국인물열전 ①] 세계가 주목하는..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