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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

[2007-11-20, 10:45:07] 상하이저널
한 십여 년 전, 로이스 덩컨이 쓴 청소년용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두 쌍의 남녀가 작은 어촌에서 독립기념일 축제를 즐기며 술을 마시고 도로를 질주하던 중 한 어부를 치어 죽이게 되고, 미래가 망가질 거라고 걱정한 그들은 시체를 바다에 던지고 이 일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1년 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문구의 편지가 날아오면서 죄책감과 죽음의 세계가 이어지는 스릴러 영화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이 영화의 제목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혹은 당신에게 영화제목과 같은 말을 한다면 자유로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꼿꼿하게 목을 들기 보다는 어쩐지 반성할 일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아닐까?
얼마 전부터 아들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더니 급기야 학교에서 출발한 지 두세 시간 이 지나서야 집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해의 주식이 날개가 달리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현금을 많이 가지게 된 중국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차를 사기 시작하여 교통이 그만큼 심하게 막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포동과 포서를 넘는 길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데 집에서 노는 나는 공기 좋은 포동에 살면서 공부하느라 피곤한 아들을 매일 포서에 있는 학교에 보내는 이상한 엄마가 아닌가 싶었다. 딱히 이사를 가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아들 학교와 교통이 제일 괜찮은 곳의 집들은 어떤지 둘러보고 돌아왔다.
포서를 나갔다 온 다음날 앞 동에 사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서형이네 포서로 이사간다면서요?*
"네에?*
그냥 동네와 아파트 단지만 둘러보고 집만 서너군데 보고 왔을 뿐인데 정말 놀라운 일이다. 추적을 해보니 그날 함께 갔었던 운전기사가 일하는 아줌마에게 말을 하고, 앞 동에 일을 하러 간 아줌마는 요즘 내 고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타이타이가 포서로 집을 보러 다니니 곧 이사를 할 것이다'라고 그 집 사람에게 말을 전한 것이다. 서로 웃고 말았지만 나는 갑자기 일하는 아줌마가 무서워졌다. 그녀는 나에 대해서 우리 집안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줌마 복 있다고 좋아하며,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 데리고 있었던 것이 과연 잘 한 일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알 것이다. 나의 주간 외출표와 귀가 스케줄이며, 내 모임의 종류와 성격, 그리고 친구들, 아들과 남편에 대한 것. 그것뿐인가? 나의 게으름과 새벽까지 잠 안자는 이상한 버릇과 화나서 아들 잡을 때의 목소리 같은 남들은 도저히 모를 일들까지도.
하긴 서울에서도 어느 사장님 뒷조사 들어가면 그의 행적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인 운전기사부터 조사가 들어간다는데 남편 역시 한 번도 바꾸지 않고 데리고 있었던 운전기사를 자기가 무슨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라고 다음 후임자에게 그대로 넘겨주었으니 그 남자도 답답한 사람이다.
중국 아이들도 수다 떨고 싶은 여자들이다보니 자기가 일하는 집 사생활 얘기가 어찌 대상이 아니겠는가? 남편이 사업 문제로 한국으로 가게 되어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남게 된 엄마가 이런 가정사의 변화를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며칠 안 가서 옆집 아줌마가 위로를 해 올 때의 황당함은 모두 일하는 아이들의 수다의 힘이다. 게다가 요즘은 시간제로 한 아이가 여러 집을 다니니 그 소문은 더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나 운전기사는 적당한 시점에 바꿔주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 게 아닌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우리 아이가 내 등 뒤에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나는 네가 지난 날 상해에서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포동아줌마(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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