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충밍(崇明)현에서 중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감금상태로 지냈던 화인방적(대표 우영판) 한국인 임직원들 가운데 우 사장을 제외한 6명이 30일 풀려났다.
충밍현 신허(新河)진에 있는 화인방적 공장에서 사장을 비롯, 한국인 직원 7명이 지난 23일부터 중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공장에 감금됐다는 소식은 교민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건으로 내년 새로운 법 시행을 앞두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더욱 위축돼 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기업소득세 단일화>와 종신고용계약 체결, 사회보험 의무가입, 경제보상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신노동계약법>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퇴출 도미노를 예상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칭다오는 올해 야반도주한 외국기업인 119명 중 한국 기업인이 103명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중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인 사장이 차를 처분하면 조심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한다.
최근 한국기업의 상황에 대해 상하이 총영사관 원동진 영사(상무관)는 "기업이 창업하고 파산하는 과정은 경제흐름상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이 중국의 기업청산제도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 총영사관에서는 설명회와 자료를 통해 알리고, 전문기관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의 청산과 관련, 중국은 올해 6월 1일부터 외자기업에도 적용되는 <신기업파산법> 시행에 들어갔다. 총영사관은 '중국의 입법동향 세미나'를 열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정상훈 변호사가 발표한 신기업파산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구조조정제도의 도입'이다. 지불능력이 없는 채무인이 법원의 주재하에 채권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기한내에 전부 또는 부분 채무를 상환하는 동시에 채무인은 계속 업무를 경영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새로운 기업파산법에서 주목할 점은 '금융기관은 담보대출에 대해 근로자 임금에 앞서 우선권을 갖고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근로자 임금보전은 대출담보가 아닌 자산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열악한 중소기업이 법의 절차를 밟아 청산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한국상회 인사노무연구회 전환태 회장(까사미아 가구)은 "파산법에 따라 진행하면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 기간을 버텨줄 중소기업들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 "비용증가로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야반도주를 택한 것이다. 상하이ㆍ화동지역도 회사자체문제로 이런 불가피한 일들이 잠재돼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장인(江阴)에서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한 기업인은 "중국 진출한 중소기업인들의 현안은 이렇듯 어둡지만 정부차원의 대안은 없다''고 지적하며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지원해 기업의 파산과 매각절차에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원동진 영사는 "현재로선 중국의 청산제도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청산과정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조사해 제도적 개선점을 중국정부에 전달하고, 우리 정부와 연결해 합법적으로 원활하게 정리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의 변화를 인식하고 장기계획을 세워 미리미리 대비하는 기업인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