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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상해가 행복한 이유

[2008-03-11, 03:06:00] 상하이저널
한국에서 휴가나 명절을 보내고 다시 상해로 돌아올 때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일 년에 두어 번은 별일 없이도 한국에 가게 되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생각이 매번 같지는 않다. 지난 여름에는 친척들과 북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얼마 길지도 않는 인생을 왜 나만 이렇게 뚝 떨어져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으로 돌아오기가 싫더니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된 우울함을 한동안 견뎌야 했었다.

이번 구정에는 짧게나마 며칠씩을 서울 찍고, 동경 찍고, 상해로 돌아오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시작부터 얽히고 지금도 설키고 있는 삼국의 대표 도시를 돌면서 나는 상해 생활의 행복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꼽으며 `즐거운 나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먼저 서울의 교통. 내 차로 직접 운전하고 다니던 때에 비하여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교통이 많이 불편했다. 분당에 있는 동생 집을 가려니 버스 번호가 네 자리 수나 된다. 언제 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 나쁜 사람은 번호도 못 외울 지경이다. 강남 강북만 건너가도 택시비는 만원이 기본이다. 그리고 길은 왜 그리도 막히는지.

동경의 도로는 참으로 소박하다. 거리가 깨끗하기는 하나 길의 폭도 좁고 답답하다. 포동의 세기대도를 매일 오가며 그런 널찍하고 뻥 뚫린 도로에 눈이 익은 나로서는 아무리 지하철이 잘 되어있다 하는 일본이지만 그런 거리는 사람의 생각까지도 잘게 할 것 같다. 택시비 비싼 것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요, 자가용을 가진 사람도 유지비가 엄청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다음은 아이들 교육. 잘 아는 선배 중에 항상 민족교육을 강조하던 부부교사가 있었다. 가족 모임에 그 집 외아들이 안 보였다. 캐나다로 유학 보냈단다. 많이 컸을 아이를 못 보는 아쉬움도 있었고, '아니, 당신들까지?' 하는 배반감도 느꼈다. 미국에 유학생 증가 1위가 한국이고, 상해에도 매년 쏟아져 들어오는 유학생수를 보면 한국에서의 교육이 얼마나 힘든가를 짐작할 수 있다.

동경에서는 그곳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는 남편 친구를 만나 우리 아들과 나이가 같은 그분 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제학교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비슷하고 그곳도 사교육비가 두 아이 밑으로 200만원 정도 들어간다니 상해보다 더 한 것 같다. 주말한국학교가 없어서 국제학교를 다니면 한국 교과서를 구경할 기회도 없고 한국교육과정과 너무 멀어져서 그 아들은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못한단다. 잘할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한국에서 공부하는 아이들과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진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다. 또, 일본어를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해서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란다.

마지막으로 인건비. 이번에 서울에 가보니 친정이 사는 아파트의 라인에 경비실이 없어지고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었다.
인건비가 비싸서 경비실은 한 동에 하나씩만 두고 각 라인별 경비는 없앴다고 한다. 아무리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가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썰렁한 CCTV와 입구에 기계판만 늘어져 있다.
동경에서는 온천에 갈 기회가 있었다. 이태리타월도 없고 때 미는 사람도 없다. 뭔가 개운치 못하여 온탕 냉탕만 오가다가 물 마시고 싶어 복무원 찾으니 한참 전에 지나간 그녀는 다시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사람 귀하니 집에서야 어찌 일하는 사람 두고 살겠는가. 나갈 때 계산도 팔목의 번호를 입력하니 자동으로 계산된다. 남편은 선진화되어 좋네 어쩌네 하지만 나는 상해 목욕탕이 더 좋다.

사람 없는 대낮에는 복무원 반, 손님 반인 상해 목욕탕.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때도 밀어주고 우유 맛사지도 해주고, 사우나에 앉아 있으면 찬 물도 한 잔 가져다주고, 슬리퍼 신는 목욕탕에선 탕 속에 들어가면 슬리퍼도 돌려놓아 주고, 수동으로 계산이 끝나면 몇 명이 소리를 맞춰 또 오시라고 인사하는 그곳이 그리웠다.
지금 동경엔 딸기가 한 근 정도 담긴 팩에 10000원이다. 상해는 천 몇 백 원이면 충분하다. 살림하는 아줌마로서는 물가를 비교하는 것에도 관심이 갔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상해로 돌아왔는데 우리가 차에서 내리는 짐을 보더니 보안이 얼른 바깥 현관문을 열어놓더니, 짐을 들고 우리 집 문 안까지 넣어주고 가는 것이다.

자동화가 아니면 어떠냐, 무인경비시스템이 아니면 어떠냐, 13억 인구가 엉켜 살다보니 질서 안 지키는 사람도 있고, 예의 없는 사람도 있고, 내 성격 어느 정도 까칠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영원히 살라고만 하지 않으면 나는 상해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이유를 더 많이 찾아보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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