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으로 짐을 부쳤다. 작년 7월 1일 작은 캐리어 하나 달랑 달랑 들고 왔었는데 50kg도 넘는 짐을 다 부치고 1년 간의 중국 방황(?)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름대로는 “젊었을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과 중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들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일을 경험하고 부딪혀 보고 싶었고 기회만 된다면 중국에서 터를 잡겠노라 포부가 대단했다. 지금 그 동안의 일들을 돌이켜 보건대 모험 정신만 투철했지 정작 무언가에 맞닥뜨리고 나면 상처받기 두려워 외면했던 기억이 적지 않다.
그래도 처음 원했던 바대로 눈물, 콧물, 웃음이 가득한 다양한 경험은 한 것 같다. 홍콩에 자주 갈 수 있다는 철없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광저우 인턴 생활은 지금은 쓴 웃음이나마 지울 수 있겠다만은 그 당시 눈물이 마르지 않은 악몽 같은 기억이었다. 춘절 폭설 땐 광저우발 상하이행 비행기 결항으로 공항 한 켠에서 혼자 밤새 짐 가방을 싸 안고 덜덜 떨던 기억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3元 아낀다고 며칠 동안 고추장도 없이 생오이에 밥만 꾸역꾸역 먹어놓고, 주말 저녁 38元짜리 이슬 몇 모금에 그간의 노력을 허사로 돌려 놓은 적도 있다.
눈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상하이 생활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활력소였다. 다양한 동호회 사람들과 상하이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간 한없이 철없기만 했던 내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광저우 때와는 너무 다른 회사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다.
소중한 경험,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이제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가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한동안 집에 연락을 하지 않아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대신 할 이케아표 전등을 안고 돌아가야겠다.
▷이인아(ina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