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당선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역사적 타이틀과 함께 화려한 백그라운드가 나열되지만, 실은 오바마는 고난 속에서 핀 선인장의 꽃 같은 사람이었다.
두 살 때 부모가 이혼을 했고, 인도네시아 양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우한 가정 환경 탓에 마약에 손을 댔지만 뒤늦게 정신이 든 오바마는 LA의 옥시덴탈 대학교에 입학 후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로 편입을 한다. 국제관계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인권운동가로 활약했고, 91년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다.
정계에 입문한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TV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그의 매력은 바로 탁월한 연설가로서의 면면이다. 쉬운 영어지만 강렬한 단어를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 모으는 능력이 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지나치게 이성적이지도 않지만 그의 메시지는 늘 간결하면서 강렬하다. 리더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는 단연 타고난 거 같다.
회사내의 지나친 정치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는 정치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이 깨진 건 복단대 EMBA의 한 과목이 ‘정치학’으로 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더 정확히는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회사 내에서 훌륭한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충고를 들은 후부터다. 해외에 있다 보니 아쉽게도 좋은 정치인이 되기에는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혐오하는 정치가 실은 실제 정치판의 정치와는 약간 다른 개념의 ‘관계’라는 사실이다.
실제 정치판에서도 ‘관계’를 잘 맺는 정치인이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듯, 타인을 공격하거나 매도하는 네거티브 정치만 아니라면 긍정적 의미의 정치는 정말로 필요한 행위이다. 누구나 애사심이 있을테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주니어의 포지션에 국한된 얘기일 거다. 자신의 포지셔닝을 스스로 잘 하지 않는다면 조직도 타인도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누가 그를 24시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나이브한 생각일까?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관리자에서 매니지먼트로 점점 지위가 올라갈수록 결국은 능력의 차이보다는 정치력의 차이로 개개인의 명운이 엇갈린다. 회사내의 정치를 정말로 인정 못하겠다면 나와서 개인 사업을 해야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업에 있어서는 더 치열한 정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 역시 심정적으로 정치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제는 ‘정치’를 갈등과 경쟁과 싸움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관계를 맺고’ 설득을 통해 ‘내 편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신문방송학에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있다.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나의 아군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오바마는 학습을 통해서건 유전자를 통해서건 탁월한 설득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도 이제 회사내에서 오바마 같은 좋은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 되면 어떨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상생하는 긍정적 의미의 정치인 말이다.
▷신동원 다음차이나 대표 Http://blog.daum.net/china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