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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탁 칼럼] 2008년 12월, 상하이 한국 사회의 풍경

[2008-12-09, 01:07:05] 상하이저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1. 은행에 돈이 없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토지나 건물을 담보로 <중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운전자금으로 쓰는 한국계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한국 본사의 보증으로 중국 현지 법인이 현지에서 <한국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인민폐)을 돌려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계 은행>은 인민폐가 하늘로부터 뚝 떨어져 주운 것이 아니다.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려와서 한국 투자 기업들에게 빌려 준 것이다. 지난 9월 금융위기 발생 후 <중국계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연쇄반응으로 <한국계 은행>도 대출을 해 준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수 밖에 없었고, 회수하고 나서는 <한국계 은행>에는 돈을 빌려주는 데가 없어 <한국계 은행>에 돈이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은행에 돈이 없으니 은행도 죽을 맛이지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기업들은 차라리 비명이다.

2. BDI지수의 폭락

BDI(선박운임지수)는 지난 5월 20일 1만1천793 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90% 이상 떨어졌다. 지난 11월 28일에는 드디어 8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그 만큼 전세계 바다를 운행하며 물건(원자재+완성품)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없다는 반증이다.

노는 배들이 많아지면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던 운송 관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힘겨운 몸부림을 하고 있다. 자기 배로 운송을 했던 기업은 그나마 낫지만 배를 빌려 운송을 하는 기업은 어떻게 이를 헤쳐나가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3. 대 중국 수출의 꽃 철강·석유화학 업체, 서바이벌 게임 중

해마다 통계를 보면, 대중 수출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인들 중에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중국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 물건이 별로 없던데, 어디서 어느 기업이 어떤 품목으로 그렇게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나라고. 바로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이다.

중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한국 제품이 그 동안은 바로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 동안 관련업계에서는 돈을 많이 벌었던 것도 사실이다. 수 많은 무역업체들도 대부분 이 분야에서 수익을 냈다. 그런데 배럴당 150불에 육박하던 원유값이 3달만에 1/3 수준으로 떨어지고 철광석 값도 폭락하면서 UPSTREAM 제품과 DOWNSTREAM 제품 사이의 가격 역전이 벌어져 제품가가 원료값보다 더 싸게 되어 버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장사를 하면 할수록 막심한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 철강/석유화학 업체에 종사하는 친구와 나눴던 이야기 한토막으로 현재의 분위기를 전해 보도록 하자.
“야, 그래도 최근 3~4년 동안 돈 많이 잘 벌었잖아?”

“한 큐야, 학교 다닐 때 당구 한 큐라는 말 있었잖아. 한 큐에 다 날라가더라고…. 3년간 번 돈 3달 동안에 다 까먹었는데 앞으로 더 까먹지나 말았으면 좋겠는데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

4. 韓流가 寒流로

북경의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 소재 한국인들이 7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들도 들리고, 상하이의 한국인 밀집 지역인 구베이, 롱바이 소재 한국인들도 상당수 줄었다고 한다.

올해 12월이 지나면 상하이 교민 숫자가 절반으로 줄 거라는 추측성 말도 들린다. 더 이상 중국 유학을 할 수 없게 된 유학생 및 사업이 불가능하게 된 교민들이 귀국러시 중이라고 한다.

한 때 중국을 휩쓸던 韓流는 寒流로 변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교민 숫자가 줄어들면서 교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교민 사업가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찬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러 롱바이 모 한국식당에 갔다가 식사를 하면서 많이 놀랬다. 손님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어 보니 손님보다 식당 직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5. 구조조정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국 기업들이나 자문을 해 주고 있는 기업들 중 대부분이 최근 3개월 사이에 회사 인원을 일부 정리했거나 정리할 계획이다. 직원을 더 뽑겠다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직원을 정리하겠다는 곳뿐이다.

올해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이나 한국기업에 취직하려고 했던 조선족들에게는 중국판 ‘저주받은 학번’의 불명예가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뭐라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지만, 현실은 10년 전 IMF 학번들이 겪었던 처절함과 더 닮아 있어 말문이 막히고 만다.

6. 투자 철수

그나마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곳은 살아 남아 미래라도 기약할 수 있겠지만(법적 청산 과정을 가치지 않은 채) 한국으로 몰래 도망가려 하는 기업들은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다. 엊그제는 양주에서, 어제는 쿤산에서, 오늘은 상하에서….

지금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일단 몸은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살아 남아 있는 한국 기업들은 그 영향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지방정부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신용을 받을 수도 없는 더 나쁜 상황으로 빠진다.

오죽하면 야반도주를 하겠는가 싶어 동정이 들다가도 남아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에게까지 끼치는 해가 크다 보니 도망가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7.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돌이켜 보면 개개인의 이력에서 지난 시간들이, 그 당시엔 힘들지 아니한 때가 없었다. 시야를 넓혀 우리의 근·현대역사를 보아도 위기가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년 매년이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삶은 계속 이어져 왔고 비록 힘들지만 앞으로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이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살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희망”때문이라고 한다. 미약하지만 희망의 서광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중국이 최근 수 차례에 걸쳐 대폭으로 금리를 내렸고 내년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쏟아 부어 경기 급강하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한미통화 스와프에 이어 한중일 통화 스와프도 곧 체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중국은 처음 겪어보는 금융위기에 당황스럽겠지만 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이를 훌륭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지 않던가.

상하이 교민 여러분, 비록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합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라 믿으며……
법무법인대륙 상하이 대표처
cwt5521@hanmail.net    [최원탁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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