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상하이에서 혹 도움을 요청하며 차에 태워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함부로 승차시켜서는 안될 것 같다. 도움을 주려는 좋은 마음이 자칫 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시의 불법영업차량 헤이처(黑车) 단속이 ‘함정 단속’, ‘미끼 단속’ 논란을 불러오며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4일 푸동에서는 함정 단속에 말려든 쑨(孙) 모씨가 억울함과 분함에 못 이겨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일이 발생했고 18일에는 똑같이 함정단속에 걸려든 장(张)모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상하이민항구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오랫동안 지속돼온 함정단속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 함정단속에 걸린 18세의 쑨 씨는 억울함과 분에 못이겨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 현재 상하이시정부가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명령한 상태다.

 쑨 모씨의 경우, 14일 저녁 회사 직원들을 봉고차에 태워 숙소까지 바래다 준 후 되돌아 나오는 길에 차 앞을 막아서는 한 남성을 만나게 됐다. 이 남성은 “오랫동안 기다렸으나 택시를 잡을 수 없다”며 “너무 추워서 차에 좀 태워달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5분쯤 달렸을 때 쑨 씨의 차량은 다른 한 봉고차에 의해 강제로 길옆에 멈춰서게 됐다. 차에 앉은 남성은 10위엔 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놓고 쑨 씨가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차에서 내렸다.

이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교통집법기관임을 밝히고 쑨 씨가 불법영업을 했다며 차량압류와 함께 1만위엔의 벌금조치를 내렸다. 쑨 씨는 홧김에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것으로 억울함을 호소, 이 사건은 상하이정부를 놀라게 했고 해당 사건을 면밀하게 재조사 및 사회에 공포하라고 해당기관에 명했다.

장 씨의 경우 “배가 아프다”며 편승을 요구하는 사람을 도와줄 생각으로 차에 태웠다가 ‘헤이처’로 몰렸다. 똑같이 함정 단속에 걸려든 것이다.

지난 18일 장 씨는 신호등 대기 중에 배를 부여잡고 “아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한 남성을 차에 태웠다. 10여분 후 그 남성은 차에서 내리면서 돈 10위엔을 장씨에게 건넸고 장씨는 “자가용 차량”이라며 “도움을 주기 위해 태웠을 뿐”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이때 7~8명의 단속반원들이 몰려들어 장 씨를 봉고차에 태우고 그의 차량도 압류했다. 민항구교통행정집법대대(闵行区城市交通行政执法大队)는 장 씨가 불법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1만위엔의 벌금을 물렸다. 이에 불복한 장 씨는 현재 법원에 소송을 제출한 상태이다.

하지만, 승소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지금까지 비슷한 안건으로 수 차례의 소송이 있었으나 개인이 승소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에 거준하는 한국 교민 A씨도 장 씨와 똑같은 수법의 '함정 단속'에 걸렸다가 '외국인'이라는 신분때문인지는 몰라도 불행중 다행으로 불미스러운 상황까지 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상하이에는 ‘미끼’ 역할로 돈을 버는 전문직까지 생겨났다. 피라미드 식으로 수익구조가 구성돼 최하위의 직접 ‘미끼’역을 맡은 사람은 1건당 300위엔씩 1개월에 수천위엔, 그 위로 올라가며 수만위엔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에서 ‘헤이처’를 운영하는 한 남자는 “사실상 진짜 헤이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며 “설사 잡힌다 할지라도 벌금만 내면 곧 풀려나기 때문에 또다시 불법영업을 한다”며 “내가 아는 한 사람은 23차나 잡혔다가 23차 풀려났으며 벌금만 20여만위엔을 냈다”고 말했다.

상하이상보(上海商报)는 민항(闵行)구교통집법기관의 ‘최근 2년간 조사 처리한 불법영업 차량이 5000여대가 넘고 벌금이 5000여만위엔에 달한다’는 문서내용을 밝히며 ‘함정 단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일뿐 아니라 단속의 목적이 이익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한편, 소비자 권익보호에 앞장서온 허진숭(郝劲松)변호사는 " '헤이처'단속으로 얻은 벌금의 금액과 사용처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해당 기관에 제출했다.

▷박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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