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계의 태두로 불리는 '루쉰(魯迅)'의 작품들이 중국 교과서에서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난해한데다 이데올로기성이 강해 오늘날 중국의 사회상황과 맞지 않는다는게 '퇴출의 변(辯)'이다.
광저우일보 등 중국 현지매체들은 8일 2010년 신학기 어문교과서 개편에 따라 광둥성, 장쑤성 등의 초•중•고 어문교과서에서 20여개 이상의 작품이 교체됐다면서 루쉰 작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학기 교과서에서 퇴출된 글은 루쉰의 ‘아Q정전’, ‘약(藥)’을 비롯해 ‘냥야산의 다섯장사’, ‘공작, 동남쪽으로 날다’, ‘뇌우’(雷雨) 등 20여편이다.
중국 언론들은 ‘고전’으로 자리잡은 뤼쉰의 작품들이 교과서에서 빠진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십년간 어문교과서에서 자리를 굳건히 해온 ‘아Q정전’이 중국 전체 어문교과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져 ‘루쉰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921년 발표된 ‘아Q정전’은 최하층의 날품팔이 농민 아Q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근대 중국사회에 내재된 모순과 병폐를 풍자적으로 파헤친 루쉰의 대표적인 중편소설로,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에 삭제된 글들은 이데올로기적인 색채가 짙은 계몽성 작품이 대부분이다. 1934년 발표된 차오위(曹愚)의 ‘뇌우’는 봉건 지주의 붕괴하는 과정을 통해 계급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다룬 희곡이다. 또 ‘냥야산의 다섯장사’는 항일전쟁 시기 베이징 외곽의 낭야산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운 병사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쉰의 작품 등이 빠진 자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위화(余华)의 단편소설, 바진(巴金)의 산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 등이 차지했다. 새로 교과서에 포함된 위화의 단편 ‘십팔세에 집을 나서 먼 길을 가다’는 198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18세 청년이 길을 나서 부딪치는 사회 부조리를 감수성 있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허삼관매혈기>, <형제> 등으로 국내에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위화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다. 또 바진의 산문 ‘강아지 바오디’는 1960년대 문화혁명의 반성하면 쓴 글이다.
이밖에 베이징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차이위안페이의 ‘베이징대 총장 취임 연설’, 파스칼의 에세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 등이 새로 교과서에 수록됐다.
인민교육출판사의 새 교과서를 분석한 쓰촨성의 한 교사는 “중국 현대작품 및 국외 작품 54편으로 이중 새로 추가된 작품은 64.7%인 35편에 달했다”고 말했다. 교과서 개편으로 루쉰의 작품의 대거 빠진데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다.
학생들은 “고문과 백화체가 뒤섞인 루쉰 작품은 난해해서 말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고 어문을 배우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왜 루쉰 선생의 좋은 작품들이 빠져야 하는가”라며 “고전작품 퇴출은 교사의 교육이나 학생들의 학습에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교과서에서 루쉰이 빠지고 위화가 들어간 것은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