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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와 떠나는 상하이 건축탐방] ② ‘주인 잃은’ 건물, 루오비에건화원의 안타까운 사연

[2010-09-17, 23:31:46] 상하이저널
 
상해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몇 번쯤은 지나봤을 길이 홍챠오루(红桥路)이다. 하지만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홍차오루에 쓰라린 사연을 가진 근대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홍챠오루-청쟈차오루(程家桥路)에는 수십 년 동안 주변의 변화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모습을 지켜온 루오비에건화원(罗别根花园)이 자리잡고 있다.

루오비에건화원은 1930년에 상해에 살던 유태인 사순(维克多•沙逊 1881-1961)에 의해 지어진 전형적인 영국 향촌식 별장이고, 상해우수근대건물로 지정될 만큼 훌륭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루오비에건화원의 흰색의 외벽, 붉은 벽돌, 검은색의 평평한 기와 그리고 건물을 덮고 있는 덩굴이 주는 이미지는 ‘근대건축물’이란 언어가 주는 호화스럽고 웅장한 느낌과는 달리 음침하기까지 하다.

 
한때는 ‘잘나가던’ 루오비에건화원이 이러한 ‘흉가’가 된 것은 다 사연이 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일본군은 사순에게서 루오비에건 화원을 비롯한 전 재산을 몰수하였다. 일본은 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루오비에건화원은 여러 손을 거쳐 인풍모방직공사(寅丰毛纺织公司)에 넘어가게 되었다. 1945년 드디어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나서 사순은 자신의 재산을 찾기에 나섰다. 사순은 다른 모든 재산은 거의 다 회수하였지만 루오비에건화원만은 이미 인풍공사에 넘어간 상태여서 되찾기가 힘들었다. 사순은 루오비에건 화원을 되찾기 위해 인풍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외국인은 조계지 외의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법률 때문에 결국 패소하고, 항소를 준비하던 중에 상해가 해방되어 자신의 건물을 되찾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루오비에건화원은 주인을 잃었다.

지금의 루오비에건화원은 풀과 나무들이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막 자라서 건물을 덮고 있다. 이 모습에서 ‘오래된 건물’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 잃은’ 건물의 한이 더 역력하다. 또한 남쪽 정원은 실제 건물의 면적에 두 배 정도에 달하는데 나무가 높게 자라있고, 수풀이 우거져 숲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루오비에건 화원이 지금까지 사순의 사랑을 받으며 관리를 제대로 받았더라면 아마도 상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는 별장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한편으로는 남는다.

 
루오비에건화원은 그 자연친화적인 건축양식과 특별한 사연을 인정받아 1989년에 상해시 우수근대건축물로 지정되어 시문물보호단위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제대로 된 관리는 거의 시행되지 않고 사람들만 들 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붕은 떨어지고 있고, 건물은 아무렇게나 자란 풀에 싸여가고 있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 조차도 루오비에건화원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한다. 사연과 자연을 겸비한 근대의 훌륭한 건축물이 부실한 제도 때문에 제대로 보존되지도, 사람들에게 공유되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방치되며 돌아오지 않을 전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홍챠오루-청쟈차오루(程家桥路)

▷고등부 학생기자 강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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