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에 힘입어 소비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은 세계 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전략시장중 하나다. 월마트는 지난 1996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래 130여개 도시에 353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종업원 수만도 10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월마트의 중국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한국에서의 철수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월마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 17일 충칭(重庆)시에 소재한 13개 월마트 매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과거 20개월간 일반 돼지고기를 유기농 친환경 돼지고기로 속여 팔았다며 행정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월마트는 269만 위안의 벌금과 함께 15일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관계자도 구속됐다. 이는 지금까지 충칭시정부가 내린 행정처벌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중국 네티즌과 언론은 오만한 외국기업의 탈법 경영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며 지지의 박수를 보냈지만 한편에서는 ‘경제 민족주의’의 발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는 월마트 사건이 자칫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미중 관계는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환율조작까지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조작된 환율로 가격경쟁력을 갖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위협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 추이텐카이(崔天凱) 부부장은 미국 의회가 통화환율감독개혁법을 최종 통과시킨다면 중·미간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한 미국 및 전 세계 경제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월마트 사건 역시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보고서’ 발표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표적 미국 기업인 월마트를 손봄으로서 미국 측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간 일련의 힘겨루기 양상은 우리 투자기업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오는 2025년이면 중국의 교역액이 6조3000억 달러에 이르러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무역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대국 기업이나 주요 제품에 대해 한층 더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취함으로써 위력을 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마늘 분쟁 당시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에 대한 잠정 수입중단 조치로 우리의 무릎을 꿇렸고, 역사나 영토문제 등을 둘러싼 중국의 반일감정은 중국내 일본 제품에 대한 대대적 불매운동으로 비화돼 기업들을 떨게 만들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은 비단 월마트뿐만이 아닐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역시 언제든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월마트 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태의 배경파악과 함께 사전에 어떤 예방책과 대응 전략을 펼칠 것인지 미리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창표/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부관장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을 거쳐 현재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이후 월간 '중국통상정보' 편집장을 포함하여 '중국시장 중장기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의 저서와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중화권지역 조사업무에 매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 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초빙강사 등을 거쳐 현재 이코노미스트 '차이나투데이' 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차이나워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