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남편의 생일상을 준비하던 날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지인이 보내 온 아픈 말을 보았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5년의 결혼생활 마무리 하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결혼생활에 대한 꿈도 바람도 많았다. 서로 혼기가 꽉 찬 나이에 만나 초고속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젠 행복시작이라고 꿈에 부풀었던 그녀. 하지만 삼십대 중반의 새신부와 마흔의 새신랑은 홀로 있었던 시간만큼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았고 아이도 쉽게 생기지 않아 조급한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했다. 기다리던 아이가 4년 만에 태어나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부부란 인연으로 만나 결혼이란 무게감이 주는 허공의 단단한 담을, 허공의 낙차 큰 절벽을 건너보려 온몸으로 생채기내고 있었다. 그녀가 토해내는 이야기를 귀로 담아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느끼며 난 아팠다. 남편 생일케익의 촛불도 입김에 꺼지는 연기만 보이고, 크리스마스 트리조명도 불이 꺼지는 순간만 보였다.
1.0.이란 숫자의 초가 부드럽고 달콤하고 말랑한 치즈케익 위에 꽂혔다. 나의 결혼10주년 기념일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결혼한 날이다’라고 말하니 나도 엄마처럼 공주님 드레스 입고 싶다며 신나하는 아이들과 함께 콧김으로 훅~촛불을 끄는데 아, 십년이 뭐 이리 금방인가 싶었다.
결혼10주년은 정말 뭔가가 이뤄지는 해 인줄 알았다. 신혼 때 상상하던 결혼10주년은 한 박자의 불안정함 없는 완전한 화음이 주는 안락함이었다.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 10년이란 시간 속의 난, 아직도 콩나무처럼 자라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느라 하루가 짧고, 아버지의 처진 어깨를 닮아가는 남자를 남편이라 부르며 살고 있다.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 했는데, 동네 식당에 걸린 달력 같은 평범한 인생이 싫었는데, 울 엄마처럼 보통으로 평범하게 살기가 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석혼(朱錫婚式)이라고 해서 서양 풍속에서는 결혼10주년을 기념하면서 부부가 서로 주석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주석은 가장 단단하면서도 두드리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되고 국을 담으면 국그릇이 되는 것이다. 주석의 성질을 사전에서 찾아 읽는데 눈이 시렸다. 아, 결혼 10주년이란 이런 것이구나. ‘같이 있어 행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행할 때 함께하기 위해 결혼 한다’는 말은 10년은 살고 해야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던 그녀가 새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그와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들려온 소식은 불안하기도 했다. 정말 새로워질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녀 삶의 한 부분이고 결정이고 존중되어야 할 인생임을 느끼고 있다. 길의 상처를 받아들이면서 나아가는 타이어의 둥근 힘처럼 이겨내리라. 그와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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