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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자전적 이야기를 발굴해요

[2012-07-20, 15:18:44] 상하이저널
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은 아직 꺾이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간과되었던 다른 기준들을 함께 고려하는, 보다 통합적인 패러다임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까지는 외국에서 수학한 학생들이 한국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최우선 자격요건이 영어능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학업능력이 간과된 채 영어능력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결국 대학적응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이에 서류 평가 강화를 통해 영어능력과 학업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의 경쟁력만 앞세운 승자보다 협업을 중시하고 꾸준한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이타성, 공감력, 주도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면서 입학사정관제, 자기소개서와 면접 강화, 인성관련 항목 추가 등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학업능력이 우수한 인재만큼이나 좋은 인성을 갖춘, 마음이 건강한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릴 때 일기를 쓰는 것에서 시작하여, 입시를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이력서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까지 자전적인 이야기는 글쓴이의 인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글쓴이의 인성을 함양하는데 좋은 도구가 됩니다.

자전적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있었던 일을 적는 기록과는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자전적 이야기를 쓰도록 지도한다면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다양한 면에서 살펴보며 보다 큰 가치와 연결 짓고, 그 가치 속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덕목과 주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되어야 합니다. 경험을 다시 반추해보고, 이를 글로 재구성해 보면 자신에게 강점인, 타인에게 어필이 될 만한 품성과 앞으로 갈고 닦아야 할 부족한 품성을 발견하게 되어 인성 계발의 기초를 닦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자전적 에세이(autobiographical essay)를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말은 자신에게는 별로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말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의미 없는 경험으로 평가절하하고 기억 속에 묻어두는 일은 사실 자존감과 관찰력의 부족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다문화의 소통이 주제라면 학생들은 으레 봉사활동이나 학교간 교류활동 같이 ‘폼나는’ 활동을 먼저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필자의 한 친구는 중국인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중국인이 한국의 아리랑을 들어보고 싶다고 부탁하였다고 합니다. 친구는 경기도 아리랑, 정선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자기가 기억하는 아리랑의 종류를 최대한 찾아내어 불러주었고 그 중국인은 색다른 경험에 무척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무언가 특별한 활동보다는 차라리 위와 같은 일상적인 경험이 훨씬 다문화 소통에 관한 진정성 있는 교훈을 전달해 줍니다. 이처럼 일상의 작은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고(자존감) 이를 다각도로 다시 반추해보며,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관찰력)이 바로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목적이자 성과입니다.

한편 자전적 에세이를 쓸 때, 특히 자기소개서나 입학 원서를 쓸 때,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의미’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랄까요. 스펙을 강조하며 진정성을 왜곡한 에세이는 읽는 사람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색하기 마련인데, 그 경험에 대한 애정과 그 경험의 주인인 나에 대한 자기존중이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를 반추하며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할 인성의 덕목을 고민하는 사람의 글에서는 거칠고 서툰 말투 속에서라도 진정성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자기소개서는 글쓴이의 인성을 편견 없이, 경제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인성은 사실 말과 행동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납니다. 우리는 타인과 5분만 이야기하여도 곧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 냅니다.

때문에 면접은 자기 소개서에서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인성의 틈이나 몸에 배지 않은, 내 것이 아닌 품성의 결여를 금방 드러냅니다. 때문에 좋은 품성의 향기가 행동과 몸짓으로 드러나려면 장기간의 의식적인 자기계발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목적으로만 인성을 계발하지는 않습니다. 혹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혹은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을 계발하는 것도 자기존중의 한 방식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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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 Cardiff Language School에서 3년간 근무했다. 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에서의 영어교육학 석사취득, Colegio Real de Minas (Mexico)에서 근무하며 다문화와 영어교육에 대한 평생 화두를 얻었다. 현재 SETI에서 6년째 TOEFL, SAT, Literature 강의를 맡고 있다.
arimaha@naver.com    [김아림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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