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정연한 응원 그러나 잡음도…
지난 13일 저녁 구베이, 롱바이 등 교민밀집지역에 빨간 옷 차림의 교민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토고전이 예정된 이날은 교민들이 올해 가장 기다려온 순간이기도 했다. 비록 시 공안당국의 야외응원 자제요청으로 법적으론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응원을 흉내낼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4년을 기다려온 이 순간을 평범하게 보낼 순 없었다.
이날 저녁 교민들은 동호회원, 동료 혹은 가족단위로 무리를 지어 식당, 스포츠 바 등을 찾았다. 특히 즈텅루 식당 일대에는 경기시작 두세시간 전부터 적잖은 붉은 행렬이 이어졌다. 이 일대엔 당일 '기습'한 이들보다는 이미 한주전에 예약한 준비된 응원객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었다. 푸동의 한 바(Bar) 앞에 최소 500여명이 몰렸고 쉬쟈후이의 한 스포츠 바와 한인연합교회 강당에도 수백명이 조직적 응원을 펼쳤다. 한 집에 이웃 단위로 모여 '대~한민국!'을 함께 연호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국인이 모인 곳곳은 붉은 물결을 이루었다.
상하이 교민, 질서 잘 지켰다!
타국에서의 월드컵 응원이었지만, 적어도 식당 내에선 모두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맥주 한 두잔으로 얼굴마저 붉힌 이들은 목청껏 연호했고, 옆 테이블, 위아래층 할 것 없이 일제히 연호에 동참했다. 선제골 허용에 모두가 철렁했지만 '대~한민국!'의 울림은 오히려 이때를 기점으로 더욱 높아졌다. 2:1 극적인 역전승. 심판의 휘슬과 함께 쏟아진 함성은 붉은 티가 밀집한 지역을 진동시켰다. 최소 90분 이상 조여야 했던 괄약근도 그제야 긴장을 풀었고 화장실 입구가 인파들로 북적였다.
즈텅루 거리에는 의외로 일찍 붉은 물결이 쏟아져 나왔다. 함성을 위해서가 아닌 귀가행이었다. 공안의 제재 방침이 널리 알려진데다 스스로도 타국에서의 함성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듯 2차 장소나 집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국이었으면 아마 지금쯤 도로를 점거한 채 열심히 아리랑을 부르고 다니겠죠?"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주 소견이었다. '무리하지 않겠단' 이들의 귀가행렬이 이어진 덕에 영사관(이승일 영사)에 접수될만한 응원 관련 폭행사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물론 응원에서 맛본 쾌락을 완전 연소하겠단 움직임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즈텅루 일대에선 경기 종료 후 40여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끝날 듯 싶으면 누군가 불씨를 되살렸다. 괴상한 함성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경비원이 다가섰지만 제재보다는 또 다른 볼거리가 생겼다는 듯 관망만 했다. 다행히 공안은 없었지만 한때 도로 일부가 점거당하면서 차량 이동이 정체되기도 했다. 눈썹을 찌푸리게 한 사례도 여러 있었다. 몇몇 주점에선 경축 의미로 맥주를 뿌리다 대형스크린에 손상을 입혔고, 롱바이 한 거리에선 난데없이 '맥주 벼락'을 맞은 중국인 행인과 시비가 붙을 뻔했다.
월드컵 상술, 덜 얄팍했으면…
이번 월드컵 관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에서의 강렬한 응원이었다. 4년전에 비해 많은 대형요식업체 및 스포츠 테마 바가 진출했고, 이들의 월드컵 상업화를 위한 전략 및 재정지원도 한껏 높아졌다. 여기에 공안의 '협박(?)'으로 적절한 장소를 물색 중이던 이들의 욕구가 결합하면서 '응원=식당 및 테마바'라는 등식이 제대로 성립됐다. 관련업체는 일찍이 맥주 무료증정 및 할인 서비스를 홍보하고 첨단 대형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흥을 돋우기 위한 만전의 준비를 기울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얄팍한 상술이 겹치면서 월드컵 흥을 깼다는 잡음도 들렸다. 쉬쟈후이의 S바는 자릿세만 내면 전 맥주를 무료 제공한다는 선전문구를 내걸었지만 실제 지정 맥주에 한했고, 푸동의 한 업체는 맥주 500병을 증정한다 했지만 500명이 들어앉기도 전에 동이 나, 이를 믿지 않는 손님과 종업원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몇몇 식당에선 식당 메뉴를 많이 이용해주지 않았다며 불손한 태도로 돌변하기도 했다. 신좡(莘庄)에 거주하는 김미현씨는 "모두가 즐거웠어야 할 밤이었지만 찝찝한 구석도 있었다. 관중은 뒤처리를 깨끗이 하고 업체는 흥을 살리는 서비스 제공에 앞장섰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 예선 2차 경기인 프랑스전은 오는 19일 새벽 3시에 열린다.(결과=1:1 무승부)
▷이현승 기자(hslee@shanghaiba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