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 칼럼]
중국 비즈니스, TED가 답이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금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회의가 한창이다. 당정 고위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책을 설명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경제 성장 패턴의 전환’을 뜻하는 ‘좐볜(轉變)’이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수출보다는 내수, 투자보다는 소비를 육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에는 도전이다. 중국의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국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지식 나눔 강연 쇼인 ‘TED’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TED는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의 약자다. 이를 중국 비즈니스와 연관시키는 것은 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등이 성공의 핵심 요소라는 생각에서다.
한•중 경제협력에서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양국 산업 분업을 연구해 온 이문형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애플의 ‘아이폰4’를 예로 든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4의 평균 제작 비용은 약 194달러. 이 중 80달러가 반도체 등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 몫이다.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이 박사는 “중국이 세계 공장이라면, 한국은 그 세계 공장에 기술을 제공하는 거대한 R&D센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영상•음악•연극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다. 창의력이 농축된 ‘문화상품’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뽀로로’가 최근 영화(수퍼 썰매 대모험)로 중국에 진출했다. 몇몇 현지 관련 업체들이 캐릭터 합작을 제의해 오고 있단다. 연극 ‘난타’는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고, 비보이(B-Boy) 공연은 중국 젊은이들을 현혹시킨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는 사라진 유교 문화가 살아 있다. 이런 게 다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제품을 만드는 곳’ 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생산 공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영역을 발굴하라는 얘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다. ‘브랜드36.5°’라는 중소기업은 중국의 대형 의류업체에 디자인을 공급해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다. 생산에는 강하지만 디자인에는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이 회사 신현숙 사장은 “브랜드 기획, 광고, 마케팅 기획 등 소프트 산업에서 어떻게 부가가치를 찾아낼 수 있을지를 연구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비즈니스, TED(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가 답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 경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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