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의 중국을 답하다]
중국 경제, 이렇게 전망한다
현실은 욕망을 따라주지 않는다. 비단, 마음속 깊숙이 간직한 감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다. 지도부 교체를 계기로 중국경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마음이 급한 것만큼 실물경기가 따라가 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래도 올해 경기는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게 업계나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기는 하다.
中 올해 경기추이 전망 엇갈려
중국의 유력 경제일간지인 경제관찰보가 연초마다 유력 경제인과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학자의 53%가 올해 중국경제 성장률을 8~8.5%로 전망했다. 기업인들도 작년보다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의 61%, 2012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30%로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올해 경기추이에 대해서는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 중에서 올해 경기추이가 전고후저(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 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의 36%, 전저후고(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은) 18%, L자형 불황 25%로 엇갈렸다.
경기추이 2, 3분기 상승세 4분기 둔화 예상
개인적으로는 올해 2, 3분기를 지나면서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4분기부터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통화정책을 전망한다면, 적어도 3분기까지는 중국이 지준율이나 금리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미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1월 2%, 2월 3.2%로 작년 말에 비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통화량 조절에 각별히 신경쓸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나 지준율이 조정된다면 적어도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분기 물가에 따라 지준율•금리조정
기관별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보면, 모건스탠리 8%, IMF 8.2%, ANZ뱅크 8%, 사회과학원 8.5%로, 8~8.5%를 전망한 기관이 많지만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전망치 편차가 비교적 크다. 어떤 기관은 올해 중국의 소비자물가를 최대 4%까지 전망하기도 했다. 물가 전망 편차가 큰 것은 그만큼 중국이 구조적으로 물가문제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만성적으로 화폐발행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물가문제가 항상 수면밑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중국 소비자물가는 평균 3%초반대를 유지하다가 3분기에 고점을 찍고 4분기 이후 물가추이에 따라 지준율이나 금리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경기 3분기 고점 찍을 것
올 3월 물류구매연합회가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9로 전달대비 0.8이 올랐다. HSBC은행이 발표한 구매관리자지수는 전달대비 1.3이 오른 51.7로 오름세가 훨씬 컸다. 지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크게 떨어졌던 것을 제외하고는 올 들어 1월과 3월 비교적 양호한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3월 호전을 두고 경기가 제대로 풀리기 시작했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부투자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경기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할 것이며 제조업 경기 역시 3분기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고급 요식업) 소비 주춤 지속
중국 내수소비가 1~2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3%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1년 내수소비 증가율이 월평균 17%이고 경기가 안좋던 작년에도 13~14%선이었던 것에 비해 올 초 내수 소비실적은 무척 저조하다. 내수소비 중에서도 요식기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하락을 보였는데 이는 2003년 7월 이래 최저수준이다.
요식업 매출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국정부가 공무원의 접대와 향응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인사와 간부교육을 담당하는 중앙조직부가 ‘중앙 8항 규정’을 발표하자 공무 관련 고급 요식소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급 식당과 백주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닝보 소재 고급식당 매출이 20~35% 떨어졌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급 요식업 매출이 주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기타 소비재 시장은 작년에 비해 큰 폭은 아니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니계수 0.61 위험수위
중국에는 소비를 전폭적으로 늘릴 수 있는 소비진작책이 없다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소비를 전폭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소비진작책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안전망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다. 교육, 의료에 대한 자기부담이 많은 사회구조일수록 개인의 지갑은 닫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빈부격차 역시 해소되어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중국의 지니계수가 0.47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시난재경대는 이미 2010년 기준 중국의 지니계수가 0.61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1인당 GDP가 작년 말 기준으로 이제 막 6000달러가 넘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1인당 GDP가 1만달러도 안되는 나라에서 지니계수가 위험수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무척 우려스럽다. 빈부격차가 크고 중산층이 취약하다는 것은 내수에는 독이다.
빈부격차 완화로 안정적인 내수시장 기대
202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큰 전세계 2위의 내수시장이 될 것이라고들 한다. 중국인구가 미국의 2~3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나온 전망이다. 내수시장이 사람 머리수 많다고만 되는 문제는 아니다.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고 공평한 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완화해야만 안정적인 내수시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인구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중국도 경제활동인구 축소를 우려해 산아제한 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산업정책, 내수정책 등 정책이 먹히려면 우선 인구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살 사람과 만들 사람이 부족한데 정책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겠는가.
2016년~2020년 中경제 6%대 하락 예측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경제성장률 8%도 감지덕지할 날이 사실 몇 년 남지 않은 것이다. 2016년부터 2020년 중국경제 성장률이 6%로 떨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 둔화폭은 커질 것이다. 연 9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7~8% 성장률이 마지노선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중국정부도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쓴 시, 해변의 묘지(la Cimetière marin) 마지막 구절에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라는 명구(名句)가 나온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타이틀도 여기서 따왔다. 이 싯구가 얼핏 들으면 슬퍼 보이지만 바람을 맞으며 삶의 전열을 불태우는 시인의 감정이 간결하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봄바람이 가득한 4월, 문득 이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울림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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