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서방 정보기관들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활동을 해온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최근 호주의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적어도 화웨이는 자사가 설비 구축에 참여한 외국 통신시스템의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한 정보를 중국 당국과 공유해왔다"고 주장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이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며 하나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미국 정부나 의회가 화웨이에 대해 했던 것보다 수위가 더 높은 것이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칭했으나 직접적으로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진 않았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뒤를 밀어준 덕에 전략산업 분야에서 중국 최고의 다국적 통신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정부는 최근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전국광대역통신망(NBN) 설치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는 것을 불허했다.
또 영국 정부는 3년 전 화웨이가 밴버리에 설치한 '사이버안보평가센터'(CSEC)의 작업을 안보 담당 관리들이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 하원의 정보안보위원회는 화웨이가 설치한 CSEC가 필요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을 담은 신랄한 보고서를 지난달 내놓은 바 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자사가 제공하는 설비가 민감한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서방국 정부에 입증할 책임은 화웨이에 있다"며 "그러지 않고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내부 중추 통신망을 구축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안보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해외에 설치한 통신망을 이용해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