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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택 6] 나에게 중국학교란

[2013-09-06, 23:44:34] 상하이저널
▶중국학교 5년

큰아이가 돌 무렵, 인도네시아를 거쳐 홍콩에서 생활하는 한국가족을 사귀게 되었다. 그 집 아이들은 밥을 먹을 때 손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른들과 식사자리에 나가서는 또 자연스럽게 한국의 예의를 보여주는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그 가족은 중국에 와서도 중국학교를 다니며 중국어를 배우고 거리에서 빙(并)도 사먹고 바이저우(白粥)로 아침도 먹는 등 아이들이 환경에 맞게 자라는 게 정말 부럽고 예뻐 보였다. 내가 중국 살면서 아이들을 중국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이것이다.

아이 둘을 모두 한국유치원과 중국유치원을 보내면서 집에서 돌보듯이 신경써주는 중국유치원의 편안함에 크게 만족했었다. 30여명의 아이들을 교사 2명과 보모가 함께 돌보며 화장실까지 따라가 돌봐주니 아이도 엄마도 만족이 컸다. 소풍이나 유치원 행사 때도 다른 준비물이 하나도 없다. 도시락부터 마실 물, 과일까지 모두 유치원에서 해결해주니 만족도가 높았다. 귀가시간에는 아이 머리까지 예쁘고 단정하게 빗겨서 보내고 하루의 일과, 한 달의 학습과 정서적 발달 과정까지 일일이 체크해서 보내주니 내 아이를 확실하게 키워주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좋았다.

10년 살면서 보니 중국은 같은 아시아이면서 한국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기질을 가진 나라이다. 지인들과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서 10년 이상 안살아본 사람은 중국 흉보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정들면 중독성 강한 매력이 있는 나라이다. 단, 본격적인 학교교육이 좀 고지식하다. 성적이 중요하고 공부로 애들을 달달달 볶는다, 공부 좀 잘한다고 인생이 뭐 그리 달라지나 싶은데 들여다보면 학문의 총체적인 시각을 넓혀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논리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학습적 훈련을 시키다보니 중국어를 잘하면 수학도 영어도 잘하게 가르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어쩌면 복불복인지도 모른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듯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관심과 격려에 성적이든 학교적응이든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한국학생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아예 관심 없어하고 언제가 학교를 옮길 아이 정도로 생각하는 선생님도 있기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하다.
 
중점반과 비중점반으로 나뉘어 공부를 하는 학교도 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방과 후 학습을 담임선생님이 시키면서 아이를 다독이는 학교도 있다. 꼭 양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과정 같기만 하고, 자본과 시장 독재의 첨병이자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의 전도사를 만들어내는 양성소 같지만 그 속에서 자기성장과 단련된 습관으로 어디에서 든 적응하고 견뎌내는 힘도 배울 수 있다.
 
또 보편적으로 공부시간에 질문도, 학예회발표회에도 모두가 참여하게 한다. 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런 모습은 요란스러운 사교육 없이, 학교가 제2의 부모가 되어 아이를 가르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1학년 입학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졸업 때까지 한반이 그대로 가는데 아이가 처음에 어울리지 못하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으면 안되고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안되는 곳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스스로 도태될 뿐이다. 받아들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어서 더 힘들 수 있다. 중국이란 나라는 중국 문화, 특히 교육문화를 겪어보지 않으면 이들의 깊은 속을 알기가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교육이 공산국가의 바탕 위에 있다 보니 아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중국학교를 다니는 한국 사람이라 말하고 다니는, ‘메이드인본차이나’ 출생인 아이들이라 앞으로는 어떨까 싶기도 하다.

중국이란 넓은 나라에서, 가장 세련된 융통성을 가진 상하이에서 아이에게 로컬교육을 가르치는 것에 고민은 없다. 타국의 학생에게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중국학교를 스스로 찾는 게 중요할 뿐.

중국학교의 장점과 단점은 바라보는 내 시각일 뿐 그 어떤 것도 맞다 틀리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제 5학년으로 올라 소학교 최고학년이 되는 큰아이와 이제 1학년이 되는 작은아이의 학교생활을 지켜보게 되었다.

외출하면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늘 내가 바라던 모습이다. 최근 tvN의 ‘꽃보다 할배’를 보며 길을 몰라도 가르쳐주는 대만시민의 모습에 ‘왜 모르면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지?’라고 혼잣말을 하자 “중국인들은 누군가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면 체면이 상한다고 생각해~그래서 그러는 거야”라고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큰아이모습을 보는 게 TV보다 더 흥미롭다.

내가 원하는 중국 로컬교육의 목적이 바로 변화하고 소통하고 견뎌내며 크는 것이다. 그 속에서 분명 배움이 있을 것이다. 공부로 대학만 목표로 하기엔 숨 막히는 곳이 중국학교인지도 모르겠다. 짐짓 모르는 척, 배움의 길과 폭이 길고 넓은 양 뒷짐을 지고 지켜보는 게 부모로서 최선인 곳이 중국학교인지도 모르겠다.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아이와 꾸준히 얘기하며 함께 가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서혜정
(1살 때부터 중국에서 자란 두 아이 모두 중국 사립학교를 선택했다. 큰아이는 한국유치원을 다니다 6개월간 중국유치원을, 둘째는 줄곧 중국유치원을 다녔다. 큰아이 초등 5학년, 둘째 초등 1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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