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재판…호랑이 길들이기" 등 발언하다 제지받아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 서기가 최종심인 항소심에서 무죄를 항변하면서 격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는 산둥(山東)성 고급인민법원이 25일 항소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의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고 선고하자 "사법에 대한 모독이자 중국 법치의 퇴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방청객들을 인용해 27일 전했다.
그는 최후변론에서도 "나는 무죄다"라고 거듭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CTV 등 중국 관영 언론은 보시라이가 남색 점퍼 차림에 수갑을 차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 듯한 모습만을 내보내 그의 법정 태도나 반응 등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방청객들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40여 분 동안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중간 중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모든 게 거짓이다" "부당한 재판이다" "재판부가 각본에 따라 명분 쌓기용 재판을 하고 있다" "호랑이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는 흥분한 상태에서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신랄하게 반박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건장한 법정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보시라이는 재판부가 법을 존중하라고 요구하자 "나는 진실만을 존중한다"고 응수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이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미국 총영사관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종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인데도 징역 15년형을 받은 왕리쥔보다 보시라이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보시라이는 특히 항소심 공판에서 왕리쥔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22일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에 대해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며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박탈, 재산몰수 등을 결정했다.
보시라이는 1심 재판 뒤에도 불공정한 재판이라며 큰 소리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한편 보시라이의 첫 번째 부인 리단위(李丹宇)는 무기징역형을 받은 전 남편에 대해 "남은 인생을 평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밝혔다고 홍콩 언론이 소개했다.
리단위는 주변인들에게 화면에 나온 보시라이의 모습이 수척하고 지쳐보였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만 보시라이의 두 번째 부인인 구카이라이(谷開來)에 대해선 여전히 껄끄러운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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