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사람] 상하이 현장학습에 도전한 ‘여수정보과학고’ 학생들
매년 방학이면 상하이에는 많은 한국 대학생들의 인턴쉽이 시작된다. 대학, 기관, 지자체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상하이의 한국기업에 배치되어 업무를 익힌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대학생들의 스펙쌓기 일환이기도 하다.
올해는 고등학생들이 상하이를 찾아 눈길을 끈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특성화고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선정된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10명의 학생들은 9월 24일부터 석달간 동화대 기숙사에서 지내며 각 배정된 업체에서 업무를 익히고 있다. 금융정보학과와 관광경영학과로 구성된 이들은 해외생활도 처음일뿐더러 이렇게 오랜기간 여수를 벗어나 본 것 역시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롭다.
“상하이 생활이 마치 꿈만 같아요.”
이윤주 학생(차이나CS아카데미)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상하이에서 보낸 3개월이 꿈을 꾼 것 같을 거란다. 각종 경쟁 속에서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는 한국 10대 청소년들에게 장기간의 해외 경험은 흔한 기회가 아니다. 더구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내년 졸업과 함께 사회로 뛰어들 이들에게 상하이 생활은 학창시절 마지막 기회이고 도전이자 선물이다.
“학교에서 외국어 선택과목 중 중국어를 택했어요. 넓은 대륙의 언어가 어떤 외국어보다 전망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연실 학생(태웅무역)은 중국어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상하이에 온 10여명의 학생들은 전교생의 8%에 불과한 중국어를 선택했고, 이번 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중국어를 습득한 이들을 선택했다. 상하이에 온 학생들은 HSK 평균 4급 수준이다. 준비한 이들에게 기회는 이렇게 찾아 오는 법이다.
상하이 현장학습은 첫 한달간은 중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상하이 한국 업체에 배정되어 현장 경험 익히기에 들어갔다. 위현주 학생(아이요넷)은 “처음에는 회사에서 고등학생에게 업무를 배치하는데 있어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직원 생일파티를 계기로 중국인 직원들과도 친밀해지면서 업무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비록 고등학생들이지만 이들에게 상하이 생활의 어려움은 업무나 생활적응이 아니었다.
“달라진 환경과 음식, 언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어요. 가족, 친구 등이 그리워지면서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 계기가 됐죠”라고 말하는 박여진 학생(태웅무역)은 독립심도 키워진 것 같고, 짧지만 사회생활도 경험하게 되어 좋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상하이 현장 진행을 맡은 글로벌 이엔비에서 업무를 익히고 있는 최혜진 학생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창업교육과 한국대학과의 국제교류 업무를 도우면서 단순 사무직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뿌듯해 한다.
여수정보과학고의 유일한 중국인인 두안위안러(段元乐) 학생(래화국제무역), 중국 연길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안 학생은 “상하이에 온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번역, 식품박람회 지원 업무 등 나의 중국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이번 상하이 현장학습에 큰 만족감을 드러낸다.
학생들을 지도 인솔하는 서종원 선생님은 “이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의 눈에 보이는 성과는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이 전환된 것이 우선이고, 장기적으로는 한창 성숙의 도약기인 고교 시절에 겪은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본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힌다.
호기심 많은 10명 학생들의 상하이에서의 경험과 느낌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서 선생님의 말처럼 공통된 한가지는 바로 ‘중국의 재인식’이다. 상하이 오기 전 한국에서 접한 중국관련 뉴스는 ‘안구적출’, ‘가짜식품’ 등으로 반감과 걱정이 컸다고 한다. 3개월 상하이 생활을 마감하는 지금 “중국사람들 친절하다”, “많은 인구에 비해 거리가 깨끗한 편이다”, “잘 사는 것 같고, 안전하다” 등 좋은 이미지로 바뀌었다며 입을 모은다.
불과 석달이지만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세계를 보는 눈도 커졌다. 또 여수를 넘어 더 넓은 곳을 향해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석달간의 상하이 경험이 앞으로 그들의 더 큰 미래를 ‘꿈꾸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고수미 기자
감정의 기복이 가장 변화무쌍하고 정서적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상해에서 경험한 희노애락이 추억으로 자리잡아 가네요.
이런 소중한 추억들이 여러분의 인생설계에 긍정적 분명 긍정적 에너지로 자리잡아 세상을 당당하게 역어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