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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고향 맛, 진주 비빔밥

[2014-05-06, 18:12:38] 상하이저널

아버지 생신을 맞아, 가족들이 아버지 집에 모였다. 새 집으로 이사도 하셨고 마침 연휴이기도 해서 오랜만의 해후를 갖기로 했던 것.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고향이기는 해도 난 아버지가 사시는 진주가 늘 낯설다. 동서남북만 겨우 헤아려지고, 남강변에 위치한 촉석루, 중앙로터리 근처에 자리한 중앙시장, 고속버스터미널 정도만 익숙할 뿐, 다른 것들은 다 내 눈 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뭘 어디서 사야 할지, 시내 들어가는 데 왜 다리는 2번이나 건너야 할 때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강북이 반듯하게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데 여기 진주에 있는 남강은 구불구불 흐르고 있어서 도무지 다리도 몇 개 되지도 않는데 이 작은 도시에서 왜 자꾸 다리를 건너고 건너는지 헷갈린다. 아버지가 설명을 해주셔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내가 다녔던 학교도 어디 있는지 감이 잘 오질 않는다.
 
부모님이 퇴직을 하시고 고향 진주에 내려 가셨다. 난 이미 결혼을 해서 서울에 살고 있었고, 명절 때 잠깐 얼굴 뵈러 가는 일 이외엔 진주에 들를 일이 없었다. 그래도 며느리와 아들은 자주 진주에 들렀기에 나보다 훨씬 길에 익숙하다. 나도 모르는 길을 며느리가 다 알고 있는 게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출가외인이었나보다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실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여기서 졸업했는데, 어찌 그리 모르느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신다. 차를 운전하고 가시는 길에도 연신 물어보신다.

“여긴 생각 안나나? 이 멋진 가로수길… 옛날에 00전문학교가 있었던 곳인데….”

“여긴? 너가 초등학교 다닐 때, 살던 곳 근처잖아.”

“몰라요 몰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진주 중앙시장에서 유명한 맛 집, 비빔밥으로 유명한 식당에 가기로 했다. 이 곳도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전부 “그럴리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결정된 곳이었다. 나는 그 동안 진주 사투리로만 들어 천안식당인줄로만 알았었는데 도착해보니 식당이름이 천황식당이었다.

“아고, 전 아버지 발음만 듣고, 천안식당이 천안도 아닌, 진주에서 왜 유명하나 했더니, 천안이 아니라 천황이네요.”

이렇듯 난 진주에 대해서 도무지 아는 게 없다. 어디서들 듣고 보고 왔는지, 1시 반이 지났는데도 줄이 한참이다. 밖에서 보니 그냥 자그마한 오래된 기와집이다. 시내 한복판에 우스꽝스런 낡아빠진 집, 역사를 자랑하듯 간판에 칠한 페인트도 너덜너덜하다. 모스크바에서 아침에 서울에 도착해 내려온 큰 동생은 배고파 죽겠는데 여기서 줄서서 꼭 먹어야 되냐고 투덜거리다 이발하러 가고. 아버진 저만치 건물계단에 손자랑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앉으셨고, 올케는 중앙시장 온 김에 생선 사러가고, 결국 나 혼자 줄에 대기했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어대며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식당의 나무문이 열릴 때마다 몇 명씩밖에 못 들어가는 현실에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래도 끝까지 자리들을 뜨지도 않았다. 나도 오늘은 꼭 이 천황식당에서 먹어보고 말리라. 2시간을 줄서고 들어가니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자그마한 식당이었다. 오래된, 인프라도 제대로 안된, 에어컨 모습이 이방인같은, 그저 그런 시장통 식당이건만….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옛날에 고려시대 최영장군 집이 밥맛이 좋다고 소문난 이유가 최영장군 부인이 손님을 몇 시간 이상이나 기다리게 하고 식사를 대접했다고. 우리도 그런 건가.

잘게 다진 소고기로 만든 육회, 연탄불에 구운 불고기. 아! 정말 맛있었다. 입에서 사르르르 녹아 들었다. 마지막에 나온 비빔밥엔 내가 좋아하는 진주에서 많이들 먹는 짭쪼름한 파래김이 들어있었고, 곁들여 나온 소고기 선짓국도 맛이 그만이었다. 이 식당의 메뉴는 딱 이 3가지뿐이다. 그런데도 하나도 놓칠게 없었다. 정말 2시간을 기다려서 일까? 아버진 아니다 하셨다. 평시에는 조금 기다렸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적은 없었다고. 그래도 맛은 여전했다고.
나도 이제 진주에서 유명하다는 비빔밥을 먹어봤다. 타지 사람들이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만 했는데, 이젠 대답해 줄 수 있다. “한번들 드셔 보셔요!”라고. 방학 때 아이들 데리고 꼭 다시 들르고 싶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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