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쉰, 국내 모바일게임업체 5개와 M&A 협상 진행
알리바바, 한국지사 설립…한국 게임업체 '입질'
중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인수·합병(M&A) 전쟁을 벌이면서 한국 IT업계까지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이들 '빅3' 사이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이 주요 경쟁 분야로 떠올라 이들의 한국 게임업체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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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화텅(馬化騰) 텅쉰 회장이 지난 3월 19일 기자회견에서 회사 실적을 설명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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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대학교에서 초청 강연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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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리바바·텅쉰(騰訊·텐센트)·바이두(百度) 등 중국 3대 'IT 공룡'들이 올해 발표하거나 완료한 M&A 또는 지분투자는 모두 33건, 105억 달러(약 10조6천522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IT업계가 행한 M&A 또는 투자 44건, 10억 달러의 10배 이상이다.
빅3 중에서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게임·메신저 시장의 절대강자 텅쉰으로, 15건에 57억 달러를 투자했다.
텅쉰은 지난 27일 하루 동안에도 중국 생활정보사이트 '58.com'의 지분 약 20%를 7억3천600만 달러에 확보하고 미국 신생 모바일게임 업체 탭젠에 8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숨 가쁜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16건에 48억 달러를 투입해 텅쉰과 선두 경쟁에 나섰다.
같은 기간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의 M&A는 2건(금액 미공개)으로 나머지 양사보다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이들이 집어삼킨 회사들은 전자상거래, 온라인 영상서비스, 모바일 브라우저, 지도·내비게이션 등 IT 분야부터 백화점, 미디어 그룹, 축구 구단까지 온갖 분야를 망라한다.
이 중에서도 경쟁의 초점은 단연 모바일 시장이다.
빅3는 그간 PC·인터넷 환경 아래서 메신저·게임, 전자상거래, 검색 등 각자 영역을 지키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IT산업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등으로 모바일을 장악한 텅쉰 쪽에 힘이 쏠리자 나머지 두 곳의 불안감이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모바일 이용자가 전체 이용 시간의 무려 약 75%를 웨이신 등 텅쉰의 서비스에서 보낸다고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텅쉰이 웨이신에 금융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알리바바의 아성인 결제·쇼핑 시장을 넘본 것이 알리바바를 결정적으로 자극했다.
그 결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10월 사내 공지에서 "앉아서 펭귄(텅쉰의 상징 마스코트)에게 학살당하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우리가 우위를 점해 '남극'을 침공해서 펭귄을 죽여야 한다"며 전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는 자체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來往)의 대대적인 마케팅에 착수했고 텅쉰이 그간 주도하던 MA& 시장에도 본격 뛰어들어 텅쉰과 유망기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IT업계, 특히 모바일게임 업계도 빅3의 주된 M&A 표적으로 떠올랐다.
현재 모바일에서 가장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인 게임 시장을 잡으려면 앞선 한국의 모바일 게임을 가져오는 것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텅쉰은 이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게임을 수입해 초대박을 터트리며 중국 게임 시장을 장악한 경험이 있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는 9억5천700만 달러, 던전앤파이터는 4억2천600만 달러의 연매출을 올려 세계 부분유료화(F2P, Free-to-Play) 게임 시장의 1위, 3위를 차지했다.
이를 위해 텅쉰은 지난 3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최강자인 CJ게임즈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28%를 확보하는 계약을 했다.
텅쉰은 최근에도 한국 중소기업청과 협력해 국내 모바일게임 업체 30개를 상대로 투자 방안 등을 설명했고 이 중 5개 업체와 M&A, 지분투자 등 심층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도 지난 4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텅쉰 한국 지사 출신 인사를 영입해 한국 게임업체 중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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