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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재외동포 전담부서, ‘동포처’가 필요한 이유

[2014-07-08, 11:10:28] 상하이저널
2015년 한인이민 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한인회 이병환 회장은 지난 6월 한 달을 서울에서 보냈다. 서울서 사흘간 열린 평통행사 참석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데 한국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병환 회장은 2015년 아르헨티나 한인이민 50주년 기념행사 내용을 꼼꼼하게 소개하는 사전홍보책자까지 만들어 서울에 왔다. 이 회장은 이 홍보책자를 들고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문광부 등 재외동포관련 정부 부처 여러 곳을 방문하기에 바빴다.
 
만나는 분마다 국회에서 예산을 책정 받아야 줄 수 있다고 해서 결국 국회의원회관을 찾아 야당 여당 의원 방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아르헨티나 이민50주년 기념행사에 예산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아무에게도 확답 받지 못하고 지난 6월30일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출발해 아르헨티나 까지는 40시간이 지나야 도착하는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2013년 브라질 한인이민 50주년 기념행사에 총 5억 정도의 예산을 브라질 한인회에 깜짝 지원한 사례가 있다.
 
독일한인총연합회 유재헌 회장도 지난 6월 24일 서울에 도착했다. 파독광부출신 동포들이 노령화 되면서 이들의 복지와 관련된 한인사회 현안이 산적해 있다. 1970년 전후의 파독광부는 개인 기업이 아닌 당시 보사부 즉 정부가 모집해서 독일로 보낸 사실상 독일파견 산업전사다.
 
아직도 독일에 남아 어렵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산업전사 동포들을 위해 독일한인회가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재헌 회장은 이 문제를 한국정부와 의논하고 싶지만 어디서 누구를 잡고 의논해야 할지 막막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독광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니 청와대를 찾아가 박 대통령에게 파독광부 출신들을 위한 양로복지원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사정해 볼까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어찌 대통령 면담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렇다고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할 수도 없고.
 
일본민단중앙회 오공태 단장도 7월2일 급히 서울에 왔다. 매년 한국정부에서 받았던 민단지원 예산이 2015년에는 50% 삭감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살림이 어려웠던 시기에 민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사회는 주일 대한민국 대사관과 각 지방 총영사관을 재일동포들의 성금으로 건립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외한인사회가 대한민국 정부를 돈으로 지원했던 사례는 일본동포사회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근거로 한국 정부는 매년 일본 민단에 상당한 사업지원비 명목의 예산을 배정해 주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80억 상당을 배정했다. 2015년에는 재외동포재단 예산이 크게 줄어 민단 예산도 40억으로 삭감된다는 것이다. 삭감되는 민단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서울에 온 오공태 단장도 어디 가서 딱히 사정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친분이 있는 여야 국회의원을 만나서 사정해 보지만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정부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대한민국 정부에는 재외동포사회에 관심을 가져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재외국민 유권자 250만 시대, 체류국 국적을 갖고 있는 동포들까지 합치면 1천만 재외동포시대에 “앉으나 서나” 재외동포들을 생각해주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다. 재외동포재단이 이 부분에서 끼어들기는 택도 없는 초라한 상황이다.
 
“앉으나 서나” 고국을 생각하는 재외동포들의 입장에서 이중국적 문제, 자녀들의 선천적 국적문제, 병역문제, 교육문제, 한국체류 문제, 해외한인 복지문제, 인권문제, 의료문제, 세금문제 등을 고민해주는 정부의 전담 부서가 없다.
2009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66개국 450여명의 한인회장들은 재외동포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정부부서로 재외동포청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 한 바 있다.
 
당시 결의문에는 동포청이 설립되면 현재 외교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화부, 지식재정부 등에 산재해 있는 재외동포 관련 업무와 예산을 한 곳으로 모아 700만 해외동포를 위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은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권한과 예산에 엄청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포재단을 확실하게 독립시킨 뒤 동포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산하에서 독립하는 부서는 국무총리실 산하가 될 수 있다.
 
해외 한인사회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인터넷 투표나 우편 투표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230만 명의 재외유권자 중에서 23만 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했지만 투표 가능한 유권자가 230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도 정치권도 해외한인들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재외국민 참정권시대다. 동포청이 아닌 동포처를 신설할 때다. 잠자는 230만 해외 표가 깨어 날 때다.. 2009년 이후 너무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2009년 한인회장 대회에 참가해서 결의문 채택한 한인회장들의 임기가 다 끝난 것인가?
 
정광일(새정치민주연합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정광일
(새정치민주연합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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