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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왕국 ‘Made In China’ 위기

[2015-02-22, 23:21:23]
지난 십수년간 ‘Made In China’는 저렴한 인건비를 우세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최근 제조공장의 도산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며 ‘Made In China’가 위기를 맞고 있다.

텅쉰재경(腾讯财经)에 따르면 제조업이 집중된 동관(东莞)과 쑤저우(苏州) 두 지역에서 1만명이상 근로자를 보유한 대형 제조기업들이 도산했고 원저우(温州) 전통 제조업도 매일같이 스러지는 기업들이 나타나며 제조업이 마치 바람 앞의 등잔처럼 위태롭다.

중국제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제조업 줄도산이 올초에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춘절 전 대금결제, 근로자 임금 등 지출이 많아지면서 기업 자금부담이 피크에 달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인 리광토우(李光斗)는 “중국의 인건비 우세가 사라지면서 ‘Made In China’가 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줄도산, 이번엔 심각하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동관에 위치한 노키아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설비를 베트남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동시에 베이징의 노키아공장도 문을 닫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 업계내에서 인지도를 갖고 있는 휴대폰 부품 OEM생산공장인 쑤저우 롄젠커지(联建科技)가 도산했고 그 뒤를 이어 롄젠커지의 형제회사인 동관(东莞) 완스다(万事达)와 롄성(联胜)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롄젠커지는 한때 애플의 휴대폰 액정화면 공급상이었으며 샤오미(小米)에도 몇년동안 제품을 납품해온 업체였다. 롄젠커지는 전성기때 2만여명의 직원을 두기도 했으나 2014년 운영난으로 부대끼다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롄젠커지의 도산으로 3,0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완스다와 롄성의 근로자 7,000여명도 회사의 폐망과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비슷한 시기, 쑤저우에 위치한 노키아휴대폰 부품 공급상인 홍후이커지(闳晖科技)도 폐업했다. 휴대폰 버튼, 합금 휴대폰 케이스, 기타 플라스틱 부품 등을 생산해온 이 기업은 한때 직원이 1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롄성, 완스다, 롄젠 등의 도산에 이어 동관에서는 제조업체 사장이 야반도주하거나 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생겼다. 휴대폰 부품 생산기업인 아오스(奥思)의 사장은 거액의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도주를 선택했고, 동관의 다른 한 휴대폰 제조기업인 자오신통신(兆信通讯)은 자금난으로 허덕이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1,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졸지에 실업했고 비관한 회사 사장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회사 사장은 자오신통신의 도산으로 인해 몇몇 공급업체 역시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유서를 남겼다.

업계에서는 춘절전 동관에서 최소 수백여개의 대형 공장이 문을 닫거나 생산가동을 멈추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조위기에 직면한 것은 제조업이 밀집한 쑤저우나 동관뿐만이 아니다. 안경, 신발, 라이터 등 제조업으로도 유명한 원저우의 상황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이다.

원저우 제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신발, 라이터 등 산업은 빛을 잃은지 오래다. 과거, 원저우의 신발 공장들은 춘절에 1주일정도만 쉬고 생산라인을 가동했으나 올해는 1개월전부터 춘절휴가에 들어간 공장들이 대부분이다.
라이터 제조공장의 경우, 해외 주문은 줄고 인건비나 재료, 토지원가는 상승하고 있어 기업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원저우 제조업에게 작년 한해는 그야말로 길고 추운 겨울이였다. 제조업 이익은 줄어들고 부동산투자는 정책조정의 벽에 가로막혀 위기를 겪었다.

제조업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Made In China’가 최대의 위기사태를 맞게 되고 위태해 질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업계내에서는 “중국정부가 현 상황을 바꿀만한 거시경제정책을 적시에 내놓지 못한다면 중국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에 대한 충격뿐 아니라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사회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기의 배후: 공급과 수요의 급변

제조기업이 몰려있는 장삼각, 주삼각 지역에서 해마다 수십개의 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사실상 크게 반응할 일이 아니다. 생산수준이나 제조규모가 제각각이고 적자생존의 시장원리에 의해 도태되는 기업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폐업사태는 이와 사뭇 다르다.

브랜드마케팅 전문가 리광도우는 “제조업을 비롯한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발전하게 된다”면서 “공급 측면에서 볼때 제조업의 발전을 유지하는 것은 노동력, 자본과 생산성이고 수요 측면에서 볼때 투자, 소비와 수출의 견인이 제조업의 발전을 유지하는 원천”이라고 밝혔다. 리 연구원은 “현재 중국 제조업의 위기는 바로 공급과 수요의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공급면에서 노동력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노동인구는 감소세에 있다. 15~59세 인구가 2011년~2012년사이 66만명이나 줄어든 9억4500만명이었다. 2014년 기준 노동인구는 2011년에 비해 560만명이나 줄었다.
노동인구의 하락은 노동력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인건비 상승으로, 인건비상승은 기업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과거 중국이 시행해온 통화완화 정책이 과도한 투자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1%에 달해, 세계 평균인 23.8%를 크게 넘어섰다.

투자는 수요를 끌어냈고, 더불어 제조업의 발전을 촉진했다. 하지만 제품의 ‘양’과 ‘규모’에만 치중하고 ‘질’, ‘기술’, ‘창조적 발전’을 외면한 결과는 ‘소비자 수요 불충족’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렌전커지의 경우, 애플제품을 생산할 당시 애플의 판매량 증가와 함께 생산설비를 확충하며 규모를 늘렸다. 이 설비들은 아이폰4s 이전의 모델에 적용되는 것들로, 작년 애플사가 아이폰5와 아이폰6을 출시하면서 렌전커지는 낙후한 기술과 떨어지는 품질에 비해 원가가 높은 탓에 애플의 버림을 받았다.

국무원참사실 야오징위안(姚景源) 연구원은 “중국제조업의 문제는 ‘크지만 강하지 못한데 있다”고 지적했다.
선반기계의 경우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38%를 점하고 있지만 고급 선반기계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이면서도 부두의 기중기가 사용하고 있는 와이어는 수입산이고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이지만 비행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야오징위안 연구원은 “가장 직접적인 예를 들면, 애플휴대폰 1대당 49%의 이익을 미국이 가져가고 일본이 30%, 한국이 십여%를 가져가고 나면 남은 3.63%가 중국이 챙기게 되는 몫”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제조강국전략 새로운 장을 열다’라는 문장을 통해 “중국의 제조업이 선진국과 개발국 사이에 끼어 이중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현주소를 정확하게 진단했다.
 
 
‘Made In China’ 창조만이 ‘살길’

경제학자들은 중국제조업이 더 이상 단순한 모방이나 짝퉁 제조가 아닌 ‘창조성’과 ‘브랜드’화 전략만이 살길이라고 지적했다.

재경(财经) 칼럼리스트 우샤오보(吴晓波)는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여행 중 비데를 싹쓸이한 기사를 언급하며 중국의 중산층이 비데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생산의 ‘양’보다 ‘질’을 높이고 제품의 기술력과 창조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야말로 ‘Made In China’가 살아 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국무원참사실 야오징위안 연구원도 “뉴노멀 경제시대 ‘창조’야 말로 경제구조 개혁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윤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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