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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런잉스(人人影視), 사수왕(射手王) ‘자막조’들의 퇴장

[2015-04-04, 19:37:01] 상하이저널
최정식칼럼
런런잉스(人人影視), 사수왕(射手王) ‘자막조’들의 퇴장
 
‘별그대’는 작년 초에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어로는 ‘라이즈싱싱더니(来自星星的你)’라고 했다. 속되게 말해서 중국의 남녀노소가 모두 열렬히 환영했다. 부패 관리의 저승사자인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崎山)이 작년 초 우리나라의 국회격인 양회 회기 기간에 왜 중국은 별그대 같이 재미있는 드라마를 제작하지 못하냐고 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별그대가 막바지에 이르자 한국에 방영되면 거의 실시간으로 중국에서 동영상 사이트에 올랐다.
 
특히 지우링허우(90後, 90년대에 태어난 신시대) 여성들은 김수현(도민준)에 열병을 앓았다. 그에게서 백마를 탄 왕자를 보았다. 문제는 언어였다. 백마왕자 김수현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던지고 있는데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자막조(字幕組)였다. qq와 같은 SNS에서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별그대의 한국어 대사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올렸다. 한국영화드라마 전문 사이트로 ‘봉황천사’가 나섰다. 중국팬들에겐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외국 드라마 중국어자막 만드는 동호회 100여개 활동

중국에는 지금도 100여개의 ‘자막조’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막조는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의 중국어자막을 만드는 인터넷동호인 조직을 말한다. 동호인들은 외국에 유학중인 학생, 대학생 혹은 중고교 선생님들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인텔리로서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한국에도 소개된 CBS 코미디드라마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같은 미드나 일본의 웹툰 그리고 한류 바람에 열기가 뜨거운 한국드라마들이 자막조들의 활동 덕분에 더 빨리 그리고 더 폭넓게 보급되었다.
 
집단지성 ‘자막조’… 나눔, 무보수, 공익

자막조들의 모토는 ‘나눔, 무보수, 공익’이다.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공통의 노력으로 가장 잘 번역된, 문학적인 중국어자막을 만들겠다는 의욕도 강하다. 집단지성으로 보여지며 자부심도 강하다. 자막조 중에는 10여년이 넘도록 활동한 동호인그룹도 있고 내부에 운영진을 두고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사이트를 개설한 것도 한다.
 
 
 
런런잉스 등 무료 자막 사이트 폐쇄

이들 자막조 중에 런런잉스(人人影視)가 돌연 사이트를 폐쇄하였다. 작년 11월 21일 우선 5대의 설비를 차단하더니 12월 20일 대외적으로 정식 폐쇄한다고 선언하였다. 런런잉스의 관계자는 SNS에서 “우리가 필요한 시대는 이미 갔다”라고 쓸쓸히 읊조렸다. 런런잉스만이 아니라 사수왕(射手王) 역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사이트를 폐쇄했다. 다만 사수왕은 런런잉스와는 달리 약간의 비용을 받아 영리목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들 자막조가 스스로 폐쇄하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텐센트(騰讯)는 발 빠르게 미국의 영화전문채널인 HBO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인기 미드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중국어 자막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자발적인 공익활동이 불법사이트?

런런잉스, 사수왕이 돌연 사이트를 폐쇄한 배경에는 미국 영화제작사 단체인 미국영화협회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미국무역대표부에 전세계 음반 영화 불법시장의 현황과 전세계 10대 불법사이트 명단을 보고하였는데 그 명단에 런런잉스가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아 중국의 정부기관인 광전총국은 2014년 9월에 영화상영허가, 영화드라마발행허가 제도를 정비하여 런런잉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위법하게 만들었다.
 
원저작권자 동의없는 공익은 저작권 침해

사실 이들 자막조들 조차 자신의 활동이 합법적인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성명에 “본 자막은 학술교류를 위해 사용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상업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다운로드 받은 후 24시간 내 스스로 삭제하여야 한다”라는 문구를 기재하였다. 저작권법상 ‘합리적 사용’으로 비춰지길 바랬다. 법의 회색지대 또는 에지볼 존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저작권자의 동의나 수권 없이 번역하거나 복제하는 것은 중국 저작권법 48조에서 금지하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설사 나눔, 무료, 공익을 표방한다고 해도 말이다.
 
자막조와 정부당국과의 숨바꼭질

중국의 자막조들은 아직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저작권법의 입법취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2월 6일 자정에는 런런잉스를 본 딴 미드 동호인 조직인 런런메이쥐(人人美劇)가 돌연 출연하여 순식간에 6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사라졌다. 당분간은 자막조들과 중국 정부당국과의 숨바꼭질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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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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