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20여년째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이제 최종 단계에 들어섰으나 최근 몇년 사이 업종과 업종간, 기업과 기업간은 물론 기업 내부 간에도 수입.분배 격차가 확대돼 새로운 마찰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시사주간지 요망동방주간(瞭望東方周刊) 최신호는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입.분배 격차 확대로 인해 일반 근로자 집단의 심각한 심리적 균형 상실을 초래해 국유기업 개혁의 새로운 모순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망동방주간의 취재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국유기업 근로자들은 "기업의 수익이 많이 나 사장의 수입을 더 높여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부(副)'자가 붙은 고위직이 너무 많고, 중간층 간부와 일반관리 인원도 업무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석유공사 자회사 가운데 비교적 효익 증가속도가 빠른 회사에 속하는 창칭(長慶)유전의 한 사무직 근로자는 과장급 간부 한 사람의 예를 들어, 그의 연간 보너스 수령액은 자신보다 수만위안이나 많지만 출근 후 하는 일은 고작 기공이라면서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근로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충칭(重慶)시에 있는 자링(嘉陵)그룹의 몇몇 근로자들은 기업이 각자의 임금을 공개하지 않지만 수입 격차는 분명히 크다면서 일반 근로자들이 대체로 한 갑에 5위안 하는 담배를 피운다면 관리자들이 피우는 담배는 10위안짜리라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한 기술직 근로자는 "(기업 내부 간의) 수입.분배가 공평하지 않아 근로자들의 심기가 아주 편치 않은 상태다. 우리 팀에는 원래 20여명이 있었으나 거의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나고 현재는 3명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한 철도부문 사무직 근로자는 "임금표만으로 보면 철도 근로자의 수입 격차가 크지 않으나 하부에 20여개의 회사를 경영하는 단(段)급 단위 책임자의 음성수입이 적어도 수만위안에 이른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심지어는 모든 소속 회사들이 매달 돈봉투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망동방주간은 체제와 사회의 전환기에 일부 중.고소득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유기업 근로자들이 강한 상실감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특히 국유기업에서 정리해고돼 일자리를 잃은 전직 국유기업 근로자들은 대부분이 옹색한 생활을 하고 있었고, 기업에 남아 있는 근로자들도 생존의 위기를 느껴 한결같이 현재의 사회 양극화와 분배 불공평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창춘(長春)세무학원 쑹둥린(宋冬林) 부원장은 "국유기업 수입.분배 격차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개혁에 희생된 사회구성원들이 개혁의 성과를 함께 향수할 수 없고 개혁이 정체돼 최악의 경우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