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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사람 사는 곳 거기서 거기

[2016-07-21, 17:11:06] 상하이저널

오랜만에 서랍을 정리하면서 케케묵은 한국 운전면허증에 눈길이 갔다. 가끔 한국 갈 때마다 필요해서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만 적성검사날짜를 훌쩍 넘겨 버렸다. 부랴부랴 한국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이미 과태료는 부과된 상태이고 이번 달까지 적성검사를 안하면 면허가 취소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이들 방학을 맞아 한국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라, 면허취소 대상자라는 왠지 무슨 범법자같은 느낌으로 한국행을 결심했다.


몇 년 만에 가보는 고향 땅이던가?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고 한국에 계시는 일가친척 모두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셨다. 귀국이란 게 이런 느낌이었지, 오랫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면허시험장부터 찾아가 죽어가던 나의 면허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나니 묵직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벼워졌다. 


몇 년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오빠네와 살림을 합쳐 공기 좋고 한적한 신도시로 이사를 하셨다. 교통은 좀 불편해도 어지간한 건 동네 안에서 해결이 되니 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모든 아파트가 그렇듯 이곳도 층간 소음으로 모두들 조심조심 살고 있었다. 오빠네 아랫집 할머니가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이라 툭하면 쫓아 올라온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발 뒤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 다녔다.


하루는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밤늦게 세탁기를 돌렸더니 새언니가 허겁지겁 달려와 세탁기 버튼을 끄며 하는 말이, 이 아파트에선 저녁 8시부터는 세탁기를 돌리면 안된다는 거다. 맙소사, 빨래도 내 맘대로 못 돌리다니…. 결국 젖은 수영복과 수건들은 그대로 날을 새고 다음날 아침에 빨아야 했다. 매일 낮이면 아파트 안내방송에서 층간 소음 조심하고, 밤에 세탁기 돌리지 말고, 분리수거 제대로 하고, 주차 제자리에 잘 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사람 사는 게 좀 시끄러울 수도 있고, 피치 못하게 밤에 빨래를 해야 할 때도 생기는 법이거늘 다들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만 이해해주면 되는 것을….  


한번은 일요일 아침 10시에 피아노를 쳤더니 대문밖에 쪽지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쉬는 일요일 아침에 어떻게 피아노를 칠 생각을 하셨습니까?”
중국에 살면서 뒤꿈치 들고 살살 걸으며 살아본 적도 없고, 더욱이 빨래는 시도 때도 없이 내 맘대로 돌리며 살고 있는데, 이런 내가 한국에서 살려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좋다 한들 모든 면에서 다 좋을 수는 없고, 중국이 안좋다 한들 모든 면에서 다 안 좋은 건 아니다. 어디에 살던 장단점은 다 있기 마련이다. 한국에도 깜박이 안켜고 차선 변경하는 차들도 있고, 난폭한 버스운전기사님들도 있고, 심지어 반말을 하시는 운전기사도 보았다. 사람 사는 곳 다 거기서 거기였다.


며칠간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상하이의 찜통더위가 나를 맞이하여 주었다. ‘아이고, 한국은 시원하다 못해 새벽엔 추웠는데…’ 도착한지 몇 분이나 됐다고 또 한국 편을 든다. 화려한 한국 대형 마트들의 물건과 깨끗한 공공화장실이 아직도 눈에 밟히긴 하지만, 내 맘대로 세탁기 돌리며 살 수 있는 이곳에 앞으로도 쭉 정 붙이고 살으리라.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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