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상하이사범대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초로 한․중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정부가 아닌 화성 시민들의 성금으로 제작된 소녀상은 화성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상하이사범대의 협의로 세워졌으며, 화성시와 제2차 세계대전사보존연합회가 동참했다.
소녀상은 사범대의 정문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문으로 들어선 후 100m 정도 걸으면 원시우루(文秀路)라고 쓰인 팻말과 함께 작은 잔디 공원이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볼 수 있다. 그 옆의 높은 건물에는 위안부 박물관도 있으니 함께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다. 박물관은 건물 2층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 9시부터 4시까지 운영된다.
소녀상이 우리에게 가진 의미는 상당하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억울하고, 힘든 삶을 사셨던 위안부 소녀들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삶을 생각하면 저절로 숭고해지고, 말로 이룰 수 없는 먹먹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른다. 또, 현재의 힘듦, 답답함, 불만들을 한순간에 부끄럽게 만든다. 그저 힘없는 식민지의 국민이었단 이유로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 사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다는 것이 너무 아프다.
더욱 슬픈 사실은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 분들의 삶이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였음에도, 창피하다는, 또 더럽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도, 나라에게도 외면받았다. ‘위안부’라는 것이 1991년대 처음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인인 것처럼 아물지도 못한 그 상처를 혼자 숨기기 급급하며 평생을 살아오셨을 그 분들의 삶을 생각하면,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여서, 우리여서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분들도 한 떨기의 예쁘고 연약한 꽃이셨다. 만지면 똑 부러지는. 하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아니 인간이어서 더 끔찍한 잔인하고 포악한 힘에 의해 짓밟히고 꺾였다. 살기 위해, 견디기 위해 꽃이었던 세월을 묻고 잡초처럼 강하고 질긴 삶을 택하셨다. 사람들은 차가웠다. 왜 꽃이 아니냐고, 왜 아름다움을 잃었냐고 그들을 질책했고, 그들은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이젠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마음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고이 간직하고 있는 피울 수 없었던 꽃을, 그리고 아름다웠던 꽃에서 질긴 잡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잔인한 세상을.
다정히 앉아있는 두 소녀에 분홍 장미와 안개꽃을 안겨 주었다. 분홍 장미의 꽃말은 ‘맹세’, 안개꽃의 꽃말은 ‘영원한 약속’이다. 비록 혼자만의 약속이지만, 감히 가늠도 할 수 없는 그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맹세’의 의미를 담았다. 부디 이 약속이 나 혼자만의 작은 약속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더 크고 강한 약속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슬프게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토록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아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너무나 큰 아픔이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도 지워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관심과 외면 속에 점점 더 곪아가는 상처가 아닌, 단단히 아문 흉터가 되게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함께 아픔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 12시면 일본 대사관 앞에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열린 집회이다. 무자비한 직접적 폭력에 한번, 차가웠던 사회의 간접적 폭력에 두 번 멍들었을 그 마음을 우리의 무관심이 또 한 번 아프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아픔은 영원할 것이기에,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약속도 영원해야 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손예원(NAIS 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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