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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운동예찬

[2017-03-14, 15:30:45] 상하이저널

조금은 뜬금없지만 갑자기 40대 아줌마의 몸매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주민번호가 7**으로 시작하고, 저녁 여섯시에 울리는 애국가에 가던 길을 멈춰 보신 분, 반공글짓기 포스터 숙제하느라 머리를 쥐어짜 보신 분, 88올림픽 기념 호돌이 포스터를 그려보신 분, 서태지와 아이들, 뉴키즈온더블럭, 장국영, 토미페이지 등에 열광해보셨던 분들의 요즘 모습에 대해서 말이다. 이야기에 앞서 부끄럽지만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아 본다. 어느덧 사십 중반을 바라보게 된 나는 170cm이 넘는 키에 간신히 표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동네에 한 두 명쯤 있는 건장한 아줌마다. 여기에 세 명의 남자와 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여성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목소리까지 커져서 요즘 같이 봄바람 살랑살랑 불어올 때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씩 고민에 빠지게 되는 예비중년이다.

 

외모가 경쟁력이 되어버린 시대. 학령기를 거쳐 쌓아온 수많은 스펙들과 더불어 어느 순간부터 꼭 갖춰야 하는 조건이 되어버린 외모.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개탄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두 돌이 막 지난 막내 조카가 유독 인상이 강한 남자만 보면 낯을 심하게 가려서 동생을 애먹이고 있는데 이것 또한 인간 무의식에 내재된 미(美)를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특히 출산과 육아를 겪은 여성들 대부분은 손 쓸 틈도 없이 급속한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열 달 동안 몸 속에서 생명을 만들어내고 주 양육자가 되어 그 생명체가 사람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은 가치 있지만 자신을 돌보는 일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 커리어를 쌓고 인생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를 육아전쟁으로 소진하고 나면 남는 건 굵어진 팔뚝과 굽은 허리, 휑한 정수리와 까칠한 피부, 비 오기 전 찾아오는 날궂이 뿐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를 얻고 치르는 댓가라 하기엔 조금은 가혹한 현실에 젊음을 도둑맞은 것 같은 허무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에게도 찾아왔던 이 허무감은 우울감으로, 우울감은 제어가 안되는 식욕으로, 식욕은 다시 비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하릴없이 지내던 어느 날 "남은 생에 오늘이 제일 젊고 예쁜 날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나와 가족을 위해 좀더 건강해지자!". 평생을 숨쉬기만 하고 한때 푸드파이터로 벌크업에 열중했던 내가 운동을 한다고 하자 친구가 해준 우스개 소리가 있다. "네가 헬스를 하면 건강한 뚱뚱이, 수영을 하면 물에 뜨는 뚱뚱이, 요가를 하면 유연한 뚱뚱이가 될거야!" 친구의 말은 뒤로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시작한 운동이 어느덧 2년에 접어 들었고,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있다.

 

여전히 운동은 힘들고 대체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하늘을 달린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세상의 기준에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일생 가냘플 때가 없었던 나는 지금의 건강한 내 몸이, 몸매가 참 좋다. 물론 들어갈 데 나오고 나올 데가 들어가 있는 건 여전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20년째 벗겨지지 않는 콩깍지로 나를 응원해주는 남편과 엄마가 "지구최고미녀"라는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힘을 내본다. 40대 중반까지 모아 놓은 근육이 남은 건강을 좌우한다고 한다. 부디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올 한해 마음이 즐거운 근육부자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

 

보리수(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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