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유럽의 한 국가가 유럽연합과 그 운명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브렉시트 (BRITAIN + EXIT = BREXIT)가 현실이 된 것이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으로 인구 6천만의 국가이자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 정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처음 6개국뿐이었던 회원국이 동유럽의 가세로 28개국까지 늘었던 EU는 하나의 국가는 아니지만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공동의 시장, 연합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공동체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 영국이 그 고리를 처음으로 끊고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 그 그림자는 브렉시트 이후 일어난 많은 사건들로 가려졌지만, 세계 많은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신 고립주의에 불을 지핀 것만은 확실하다. 끈끈해 보이던 유럽 분열의 시작은 올해 주목해야 할 세계 뉴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일임에 분명하다.
연방국가가 연합을 탈퇴하다? 영국 내부의 문제
영국의 정식 국명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에서 보듯 영국은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아일랜드 섬 북부의 북아일랜드 등 4개로 이뤄져 있다.
그런 연방국가 영국이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가입 43년 만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국민투표 운동 기간 영국은 잔류와 탈퇴 진영으로 갈라졌지만, 잔류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각종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는 예측과 달리 탈퇴 51.9%, 잔류 48.1%로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다.
결국 영국을 포함한 세계정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났고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의 여성 총리인 테리 사 메이가 취임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영국에서는 초콜릿, 와인, 아이폰 등 대다수 제품의 물가가 15% 정도 치솟았다.
300여년 간 끊임없이 독립을 열망해온 스코틀랜드에겐 브렉시트는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간 스코틀랜드 왕조는 1707년 잉글랜드 왕조와 병합돼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지내왔지만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의 분리로 이어져 영국이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아직은 잠잠한 상태다.
브렉시트 충격 유럽을 강타하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의 EU 탈퇴는 이탈리아, 네덜란드(NEXIT) 등에 영향을 미치며 유럽 균열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각국에서 EU 탈퇴 정당이 약진해 EU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도좌파 집권 사회당이 몰락하고, 반이민 극우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와 우파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이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은 마테오 렌치 총리의 집권당이 추진한 개헌 국민투표를 부결로 이끌었다. 아이슬란드의 포퓰리즘 정당 해적당은 원내 공동 제2당에 올라 정권 구성까지 시도했다.
특히 브렉시트는 유럽 각국에 경제난과 테러 우려 등으로 난민 문제가 심해지면서 내부 통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유럽연합을 떠나야 한다는 반난민, 반이민 감정이 드러나는 기점이 됐다. 독일이 이끄는 EU 지도부는 영국과의 공식 탈퇴 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체제 개편과 추가 이탈 단속 등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로 확산되는 포퓰리즘
기득권층이 만든 체제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세계를 휩쓸었다. 이는 마침내 미국에서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영국의 EU 탈퇴를 "나라를 되찾은 위대한 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브렉시트 찬성과 트럼프 열풍은 외부인을 적대시하는 신고립주의가 그 배경이자 결과물이 됐다. 영국 BBC는 이 두 현상의 공통 키워드로 분노한 유권자, 세계화, 이민, 잃어버린 자부심, 포퓰리즘을 꼽기도 했다.
브렉시트에서 보듯 지구촌에는 올해 들어 관용과 포용의 정신은 찾기 어려워지고 갈등과 반목이 커져가며 사람들은 사회정의를 따지고 약자를 배려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멕시코 국경지대에 장벽을 세우고 무슬림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영국민의 브렉시트 결정을 주도한 것도 EU 내 자유로운 이동에 반대하는 반(反) 이민 정서였다. 결국 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운 '스트롱맨'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범죄와의 유혈전쟁을 내세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러시아를 철권통치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들어 1인 체제를 공고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영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던 홍콩의 경제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유럽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신 고립주의 정책의 시발점일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반, ‘지구촌’을 향해가던 세계 사회가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그 움직임이 더뎌졌다. 국제화에 따라가기 바쁘던 많은 국가들은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많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고립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한국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바란다.
학생기자 정형주 (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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