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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한류, 앞으로 나아갈 길은?

[2017-03-13, 14:56:40]

 


2002년 <겨울연가>부터  2012년 <강남 스타일>, 2014년 <별에서 온 그대>까지, 한류는 그 모습을 세계 곳곳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비상 전, 한류의 가장 큰 해외시장이었던 일본의 경제 침체, 관계 악화 등을 계기로 한국 연예시장은 중국으로 그 눈을 돌렸다. 마지막 남은 유의미하고, 가장 큰 해외시장이었던 중국마저 2016년 무렵 시작된 사드보복으로 막힌 지금, 많은 연예인들과 연예사업자들이 크나큰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한류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한령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한류는 앞으로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세계 각 지역에서 한류의 인기를 살펴보겠다.

 

시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진출하는 곳을 꼽자면 동남아 지역일 것이다. 현재로서의 구매력은 중국과 일본 보다는 낮지만, 동남아 주요국가들이 소속돼 있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의 인구만 따져봐도 일본 인구의 6 배인 6억에 가깝다. 또한 잠재력이 큰 경제 발전 가능성으로 인해 동남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한국은 동남아 유수의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동남아에서도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들의 음악시장에서 자국의 음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이 한국 음악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중국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동남아에서 콘서트를 여는 경우가 많다. 진입 장벽이 낮은 이유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동남아 주요 국가들에서는 중국어보다 접하기 쉬운 영어가 통용되고, 많은 국가들을 한국 여권을 통해 무비자로 통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에 대한 좋은 국민감정, 크지 않은 문화차이와 이미 지니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동남아에서의 한류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만
 

 


대만 방송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대만의 자국내 가요시장은 침체된지 오래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또는 누리고 있는 가수들도 신인 가수의 부재로 인해 10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체제로 대만 국민들이 즐기는 음악은 한국의 음악이다. 산업과 음악의 발달, 자국에 비해 큰 시장 덕분에 대만 국민들은 한국의 가요계를 마치 야구의 ‘메이저 리그’와 같이 취급을 한다.
과거와 달라진 국민감정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1990년대 단교 이후로 대만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국민감정은 곤두박질 쳤다. 물론 지금도 악감정이 사라진 편은 아니지만, 대만의 젊은 세대들은 되려 한국을 싫어하지만 존경하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대만의 한 방송사에서 젊은층을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 만큼 대만의 젊은이들에게 한국과 한국의 문화가 영향력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와 같은 거대한 시장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1인당 소득은 아시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문화의 차이도 크게 없는 대만도 한류의 주요 진출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등의 여지가 있는 일본
이미 일본에서의 한류는 침체된 지 오래다. 2014년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유행하기 10년 전부터 일본에선 한국의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 이후 2010년 전후로 케이팝이 그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현재에는 한류의 인기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어떠한 가수가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기사도 2010년대 초와 달리,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아예 한류가 침체되었던 201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일본 내에서의 한류도 현재 조금씩 성장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류의 침체에도 많은 연예 사업자들이 일본이라는 시장을 놓지 않았던 이유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거대한 음악시장, 일본 국민들의 구매력, 지리적, 문화적 인접함 등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많은 연예 사업자들은 ‘한류의 현지화’를 키워드로 삼아 한류를 그 나라의 문화와 취향에 맞게 개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중, 언어도 접하기 쉽고, 문화도 비슷한 일본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악감정으로 인해 일본 출신 인재들의 등용을 꺼리던 과거와 달리, 많은 한국 연예 사업자들은 일본 출신 연예인들을 조금씩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번 실패를 맛 본 시장이지만, 위와 같은 변화의 조짐들로 인해 일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한류에 물들어 있던 중동
꽤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아메리카 지역에 비해 덜하지만, 중동 지역 국가들에는 한국 문화가 오랫동안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물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 국민들한테 한류는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남미보다는 비교적 가까이 있어 더욱 현실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우리에게 <대장금>의 이영애, <주몽>의 송일국이 이란에서 국민스타급의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더이상 우리에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중동에서의 한류는 오래됐다.
한국과 중동 국가들의 원만한 관계 역시 중동에서의 한류의 인기에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나 이란, 이집트 등을 중심으로 이미 문화 개방이 돼 있는 나라들에는 오래 전부터 한국 문화가 침투해 있었다. 국영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거나 리메이크하는 일도 잦아졌다. 중동 대중들이 단체로 한국 문화 체험을 하면서 그 인기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중동 시장도 한류의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는 일찍이 <백범일지>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며 자신의 바람과 함께 "문화의 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통해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 소개된 지역들 외에도 세계 곳곳에 마니아층을 심어 놓은 한류는 국가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라는 국가브랜드 슬로건도 프랑스의 그것을 베낀 듯한,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로고와 표제어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일본의 '쿨 재팬(Cool Japan)', 싱가포르의 '유어 싱가포르(Your Singapore)' 등,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하거나 재치있게 언어유희를 사용해 만든 국가브랜드 슬로건과는 비교된다. 


지난 몇년 간 지나치게 중국에만 의존적이었던 한류는 그 목표가 국가이미지 향상보단 수익창출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이미지 향상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2017년, 정치적 변화로 한류 시장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됐다. 앞으로는 경제적 수익 창출 외에도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한류 산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기자 정형주(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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