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6기 5중전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조화(和諧)사회 기치를 내걸었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이 전회에서 사회문제를 주요안건으로 삼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13억 인구를 `먹여살리기' 바빴던 중국이 20여년만에 경제에서 괄목한 성과를 이뤄낸 후 사회복지 문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중국 역사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신이념으로 자리잡은 조화사회론= 이번 회의를 통해 조화사회론은 4세대 지도부의 신지도이념이자 지향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후 주석이 2년전인 2004년 9월 4중전회에서 처음 제시한 사회주의 조화사회론은 그동안 실체가 없는 막연한 이론에서 이번 전회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사회주의 조화사회'는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 사업이라는 전반적인 포석과 '샤오캉(小康. 중류 정도의 생활수준)사회' 건설이라는 대세에 따라 제의한 중대한 전략적 임무"로 규정돼 있다.
이날 통과된 '조화사회 건설의 몇가지 중대 문제에 관한 결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민생 문제를 주안점으로 공평사회 촉진, 빈부격차 축소, 의료.교육.사회보장제도 개선 등 대책을 확정지었다.
원성이 높았던 고가의 의료비, 부동산, 교육비와 함께 대학생 취업난, 토지보상 문제 등도 앞으로 중국이 초점을 맞추는 사안들이다.
특히 공산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조화사회 이념을 당장(黨章) 총강(總綱)과 헌법 서언(序言)에 삽입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사실상 조화사회 이념이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 등 지도이념급으로 격상되고 후 주석도 덩샤오핑, 장쩌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상적 지도자로서 위상이 올라가는 셈이다.
◇선부론에서 공부론으로 = 이런 사회정책 방향 전환에 따라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새 지도부는 경제전략도 성장우선주의인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를 중시하는 '공부론(共富論)'으로 선회해나가게 된다.
사회적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 못지 않게 지원의 형평적 배분도 중요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핵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도농간 격차뿐 아니라 계층간, 지역간 발전 불균형에서 오는 양극화 해소도 중국 지도부가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로, 권역별 발전계획과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올초부터 톈진(天津) 빈하이(濱海)지구를 중국에서 두번째 `종합개혁실험장'으로 삼아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나 서부대개발, 동북 노후공업기지 진흥, 중부 식량생산기지화 등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도 이런 경제정책 전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경기과열을 억제하는 거시진정책을 진두지휘하면서 부동산 억제 정책에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후진타오 권력 안정화 단계 = 이번 회의를 통해 후 주석은 권력 대칭점에 서있던 장쩌민계 상하이방(幇) 세력의 기세를 잠재우고 권력기반을 확고하게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상하이방 핵심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서기의 축출에 성공한 후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하며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았다.
후 주석은 향후 보다 자유로운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권력기반인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출신 측근들을 중앙 및 지방의 요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이 이번 회의에 즈음해 내년 하반기 열리는 17차 전국대표대회(17大) 준비총책을 라이벌인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에게 맡긴 것도 권력장악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