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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귀국 선물 세트

[2019-05-23, 14:19:30] 상하이저널
이제 내년이면 중국 아니 상하이를 떠난다. 둘째 아이가 1살 때 와서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이니 상하이에서만 18년째이고 그전의 베이징과의 인연까지 합치면 20년을 후딱 넘는다. 붉은색의 문화적 차이로 공포에 가까웠던 이 나라의 첫인상이 이젠 그 붉은 색이 정겹고 미소짓게 만들며 또 한국보다 더 편하고 세련된 시스템으로 발길을 돌리기 어렵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남편은 1년 내내 출장을 갔고, 어린아이 둘을 거의 혼자서 키우기가 버거웠다. 아줌마를 쓰는 호사도 누렸지만 왜 이렇게 타국에서의 이방인이란 외로운 건지. 낮에는 상하이의 적응자로 살았지만, 밤이면 아이들 둘을 재워놓고 칠흑 같은 상하이를 바라보며 한동안 부적응자로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건강에 붉은 등이 켜졌다. 식구들과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 상하이에 오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옆을 바라보니 중국인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내가 그 속에 함께 숨 쉬며 살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아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다는 것이 보였다. 집에만 있으니 오로지 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저 몇 시간이라도 왔다가는 중국 아줌마뿐이었다. 몇 마디 안 했지만 걱정하고 있었고 내 집안에 도움을 주고자 성실하고 의리가 있는 고마운 분이셨다. 춘절에 고향에 갔다가 오빠가 돌아가셔서 얼마 늦는다고 했다. 그리고 출근했는데 얼굴이 반쪽이었다. 오빠가 퇴직해서 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사고가 났다며 눈가가 촉촉했다. 그렇게 강한 분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우직하게 또 일을 해나갔다. 몇 년이 지나 그녀는 이별을 고했다. 잡고 싶었지만, 그녀를 보내주는 게 맞는 거 같아 마지막 날에 그녀의 손을 잡고 정말 고마웠다고 그녀도 고마웠다고 그렇게 문을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집 안에 붉은 등이 들어왔다. 남들은 하나도 안 겪는 일을 왜 나만 이렇게 겪어야 하냐며 원망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머리도 식힐 겸 집 앞을 자주 산책했다. 그런데 항상 유모차를 같이 밀고 가는 두 보모와 자주 마주쳤다. 처음에는 눈인사를 하다가 한동안 세워놓고 아이들을 관찰했다. ‘칭칭’과 ‘동동’이라는 이란성 딸 아들 쌍둥이였다. 6개월 정도 돼서 아예 일자로 누워있는데 둘 다 어찌나 예쁜지 특히 남자인 ‘동동’이 눈도 부리부리하고 얼마나 잘 웃는지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나를 웃게 해주었다. 

우린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참 자주 마주쳤다. 저 멀리서 내가 보이면 두 보모는 “阿姨,来了”하며 먼저 반겼다. 쌍둥이들이 어느 날은 유모차에 앉아 내 손을 잡아줬고 어느 날은 내 손을 잡고 힘겹게 걸었으며 어느 날엔 내 손을 뿌리치고 뛰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주 만나니 양쪽 가족들과도 보게 돼 인사를 나누게 됐다. 어느새 그 아이들로 인해 웃고 있었고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다. 언제부터인지 쌍둥이들과 잘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마트 앞에서 그 보모 한 분을 우연히 마주쳤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분도 나도 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원래 집은 이제 잠깐씩 놀러 오고 다른 집에서 지내게 됐다고. 내가 얼마나 컸냐며 사진을 보여달라 했더니 글쎄 얼굴은 비슷한데 우뚝 키가 커버린 ‘칭칭’과 ‘동동’이라니. 난 사진을 찍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아마 그날 밤은 그 보모도 내 얘기를 그 가족과 쌍둥이들에게 얘기했으리라. 

그 쌍둥이들과 보모들을 생각하면 입꼬리부터 올라간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인사로 안부로 남의 아기를 안아보는 특별체험까지 서비스로 받은 그 끈끈한 정을 귀국선물로 하나 더 가져가려 한다.

황금빛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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