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세계정신 건강의 날”이다. 정신 건강에 대한 의식 개선 및 중요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 국제보건기구가 2013년부터 주관해온 국제적인 행사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시대가 변화하면서 정신건강,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의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남의 시선이 두려워요!
-사회불안장애
밸 에미치, 스티븐 레번슨, 벤지 파섹, 저스틴 폴 | 현대문학 | 2019. 5.
“그냥 너니까.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니까!”
사회 불안장애로 외톨이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동급생의 “단짝 친구” 신분으로 자살 사건에 휘말린다면? 다소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이것이 바로 소설의 주인공 “에번 핸슨”(Evan Hansen)의 이야기다. 에번 핸슨은 사회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외톨이 고등학생이다. 그는 사회 불안장애 때문에 사람들과 대화할 때 숨이 가빠지고, 혹여나 상대방이 자신을 나쁘게 평가할까 봐 걱정이 되고 긴장이 돼 손이 땀 범벅이 된다. 모두가 들떠있는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는 새 학기 첫날에도 어김없이 투명 인간처럼 보내며 홀로 컴퓨터실에서 심리 치료의 한 방법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던 중, 학교의 왕따, 문제아인 “코너”(Connor)가 편지를 가로 채 버린다. 에번은 며칠이 지나도 편지를 돌려받지 못해 불안해 하던 중, 코너의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코너의 가족들은 그의 옷에서 발견된 편지를 유서로 오해하고, 에번을 그의 단짝 친구라고 생각한다. 에번은 잘 알지도 못하던 동급생의 가족이 느끼는 상실의 아픔, 슬픔, 분노, 후회, 혼란을 곁에서 지켜보며 차마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못하고 자신이 코너와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며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에번은 그럴수록 코너의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자신과 코너처럼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돕고 아픔을 공유하는 ‘코너 프로젝트’를 생각해내며 에번은 더 이상 “아싸”가 아닌 SNS 스타가 되고 일은 커질 대로 커진다. 사건은 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에번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남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이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은 영화 <라라랜드> 작곡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작품인, 브로드웨이 화제의 명작 “Dear Evan Hansen”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뮤지컬 경연프로그램, “더블캐스팅” 으로도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었다. 사회 불안증, 우울증, 자살 문제 등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해 초연 당시 많은 어른 관객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사랑받았던 뮤지컬이다. 이 소설에선 시간제한과 기술적 제한 없이 에번 핸센의 1인칭 시점으로 무대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원작보다 자세하고 깊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욱더 깊은 감동을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모든 방면에서 멋지고 완벽한 주인공이 아닌, 모든 방면에서 부족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남들의 시선과 생각이 주요한 현재 사회에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를 안겨주면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게 한다.
감성 충만한 가을에 이 소설을 읽으며 에번 핸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정신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져보는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보듬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하고 공포스러워요!
-공황장애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 흐름출판 | 2019. 7.
최근 기안84, 정형돈, 차태현 등 유명 연예인의 공개로 대중들에게도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단어 “공황장애”. 이 책은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인 “공황장애”에 대해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저자는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살면서 공황과 비슷한 상황을 한두 번씩 경험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출근길, 시험 전, 지하철 안,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이렇게 우리가 잘 지낸다고 자신을 스스로 속임수에 빠트리고 잠깐의 공황을 무심결에 지나쳤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공황은 우리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자연적인 반응이라고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대며 설명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 책은 심리치료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알아채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미 우리 삶 안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는 공황장애. 책을 읽으며 공황 장애에 대해 정확히 알아가고 유용한 해결책도 배워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내 마음은 가벼운 감기 앓이 중
-기분부전장애(Dysthymia)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 흔 | 2018. 6.
가벼운 감기가 몸을 아프게 하듯, 가벼운 우울도 우리의 정신을 아프게 한고 한다. 이 책은 별일 없이 사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공간에 대해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울적한 한구석의 감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이 멋지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엔 익숙하지만, 찌질하고 어두운 모습은 감추려고 한다. 그러나 책은 우리에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마음 한편의 우울을 못 본 척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얘기해주고 있다.
이 책은 기분 부전 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하는 상태)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완전하고, 구질구질한 현대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2018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이다. “기분 부전 장애”,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만큼 흔한 질환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기분부전장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물론, 자신의 마음 상태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생기자 이현제(진재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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