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대한민국 수도권에 쏟아진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큰 화제가 됐다. 이날 접수된 침수 차량 신고만 1만 건에 달하며, 버려진 차들로 인해 도로가 초토화되어 다음날인 9일 출근길 대혼란이 빚어졌다. 집중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11명, 실종자는 8명을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폭우 사태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장마 시즌인 6월 말~7월 초에서 벗어난 8월에 일어난 만큼, 예상하기 어려웠고 그만큼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다. 최근 수년 새 들이닥치는 폭우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남섬, 파키스탄, 브라질 북동부 등의 지역에서 폭우와 침수 피해로 인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중국 또한 유례없는 불볕더위와 폭우를 동시에 겪으며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는 이른 폭염 이후 7월부터 장마전선으로 폭우가 내리는 기조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중국에서 폭우로 인해 일어난 피해에 대해 알아보고, 끊이지 않는 이상기후 문제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2020년 중국 남방 폭우 사태
2020년 5월 29일부터 중국 남부에서 시작해 중부와 북부까지 걸쳐 일어났던 집중 호우 사태는 9월 초까지 계속되어 지속된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장기 폭우가 일어난 것은 1940년 관측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는 활발한 비구름이 많은 장마전선의 이동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으로, 이때의 태풍과 집중 호우로 인해 21세기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홍수가 발발했다. 7월 29일 기준 5,5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한화로 약 24조 5,700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1년 중국 허난성 폭우 사태
중국 허난성 정저우 일대에서는 2021년 7월 17일부터 연평균 강수량 (640.8 mm)에 육박하는 617.1 mm의 폭우가 단 나흘 만에 내렸다. 이른바 ‘1,0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며 곳곳에 피해가 이어진 것이다. 20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만 200mm 이상 내린 폭우로 인해 길이 5km에 달하는 징광터널이 완전히 침수됐으며, 지하철 또한 수몰되어 수백명이 사망하게 됐다.
상하이, 장시성, 쓰촨성 등 허난성을 제외한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심각한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해 7월 12일 쓰촨성에서도 시간당 200mm의 폭우가 내려 72만 명의 이재민이 대피했으며, 제6호 태풍 ‘인파’의 영향으로 상하이와 저장성 일대에 하루 500mm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10월 산시성에서는 176만 명이 이재민이 되어 가옥과 도로가 침수되어 교통이 완전히 통제되기도 했다.
2022년: 계속되는 폭우와 폭염
2020년에는 1998년 발생한 역대 최대 홍수 수위를 넘어서고, 2021년에는 1951년 기상 관측 아래 가장 많은 양의 강수량을 기록한 최근 몇 년 중국의 여름은 폭우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몇천억에 달하는 중국의 이상기후 악재는 국제적인 여파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설상가상으로 유례없는 폭우, 그리고 가뭄을 동시에 겪게 되어 당국은 올해 여름이 아직 지나지 않은 지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도 집중 호우와 대규모 홍수로 인해 수만 명이 대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함과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혹심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기상대에 의하면 6월 광둥과 푸젠, 광시성의 평균 강수량은 621mm에 이르렀으며, 이는 1961년 이래 최고치다. 8월 28일에도 쓰촨성 남부에 폭우가 내려 4만 6,000명이 긴급 대피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중국 일부 지역은 31일 연속 고온 경보가 내려지며 폭염과 이어지는 가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기상과학원의 보도에 따르면 70여 일째 30도를 웃돈 올해 폭염은 기상 관측 아래 최강이며 최장 기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한쪽 지역에서는 열대성 폭우로 인한 홍수로 적어도 6명이 숨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최고 42도의 폭염이 발생한 것이다.
소위 ‘경험할 수 없었던’ 이상기후가 이어지며 중국의 경기 둔화는 물론, 앞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보여지는 이상기후 신호들은 ‘인류에 대한 적색 경고’라며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생산은 감소하면서 해수면은 계속하여 상승하는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는 ‘경험하지 못한’ 폭염과 폭우가 결국 ‘새로운 평균’이 되리라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각지에서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당한 가설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상해에서도 올해는 집중호우지만, 중국이나 아시아 일대의 다른 지역과 같이 어떠한 극한의 현상이 발생할지는 예상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사회로 성장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는 필수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학생기자 이성현(상해한국학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