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학교를 다니는 것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도, 회사를 나갈 때도 늘 멀리 다녔던 내가 항상 바래왔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도보의 에스컬레이터화' 이다. 즉 모든 도로에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 편하게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평소 걸음의 2배속으로 길을 걸어갈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걷다가 힘들어 잠시 쉰다 해도 앞으로 나갈 수 있으니 바쁜 현대생활에 얼마나 안성맞춤인 것인가!
한국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항상 실내에 있어서(건물 내부나, 전철 등) '혹시 외부에 장착하면 눈, 비에 고장이라도 날 수 있어서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 혹은 정부 예산에 맞지 않아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만 필요로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한겨울이나 여름에 육교를 오르락 내리락 할 때면 간절히 떠올렸던 에스컬레이터...
그런데 약 2주 전 상해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내가 그렇게 꿈에도 바라던 에스컬레이터, 즉 육교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아~! 바깥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도 눈,비에 고장이 나지는 않구나, 나만 필요로 했던 것이아니구나'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오늘 본 지하철 1호선 lianhualu 앞에 있는 육교 에스컬레이터는 그 동안 내가 품어왔던 궁금증들을 한번에 해결시켜 주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중국에 와서 여러 새로운 것들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나를 만족시켜 주는 것은 드물었기에 행복하기 까지 했다. 한국에도 육교에 에스컬레이터가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게으르다, 운동 좀 하지, 그 시간에 단어 하나 더 외워! '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역사상 많은 발명가들이 이러한 엉뚱한 생각을 통해 우리가 지금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김 양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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