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 유동성 공급 발표 불구, 불안감 여전
최근 중국발 금융위기 바람이 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다행히 중국 인민은행의 단기자금시장 정상화 노력 등으로 진정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이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중국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잔존해 있는 상태다.
은행간 단기금리 13.4% 역대 최고
지난 6일 광다(广大)은행이 공상은행에서 빌린 돈 6억위안(1조1300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금융위기설이 일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일, 중국 은행간 단기자금 조달비용을 가늠하는 RP금리(환매조건부 채권)가 12.8%, 은행간 단기금리(SHIBOR)는 역대 최고치인 13.4%까지 치솟았다. 마치 금융위기 직후 같은 극도의 자금경색을 보였다.
상하이지수 2000선 붕괴
이어 24일 상하이지수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이 붕괴되면서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상하이지수는 한때 장중 5.5%까지 폭락하며 지난 2009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며 중국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달했다.
은행간 자금유치전 과열
또한 자금경색이 심화되자 은행간의 자금 유치전이 과열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최근 국영은행까지도 연 수익률 7%에 이르는 재테크 상품을 출시하며 자금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중국은행 모 지점은 연간 예상 수익률 7%에 이르는 41일 만기 재테크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민생은행도 35일 만기 수익률 7% 상품을 내놓았다. 초상은행도 12%짜리 상품을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과거 재테크 상품의 최고 수익률은 5.2% 정도였다.
인민은행 시장 달래기 나서
24일 자금경색 이후 처음으로 중국 인민은행이 입을 열었다. 금융기관들에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라는 내용을 전달해 통화긴축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자 인민은행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유동성 공급 등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은행간 단기금리 5일 연속 하락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발표하며 금융시장 진화에 나선 이후 은행간 단기금리가 5일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 27일 7일물 RP금리는 전일(7.29%)대비 하락한 6.91%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말 자금경색이 시작되기 전 평균(3.30%) RP금리의 2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실정.
향후 수개월간 자금경색 지속 전망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는 “중국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심리 개선과 은행간 단기금리 하락이 정부의 거시정책과 통화정책이 바뀌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라며 “향후 수개월간 신용증가는 둔화되고 자금조달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HSBC는 “중국정부의 신중한 통화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1~2년 동안 개혁을 순조롭게 추진할 경우 2015년부터 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어 중국 경제가 더욱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中정부 긴축통화정책 유지하는 이유
그렇다면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돈줄을 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경제에 낀 거품을 빼기 위한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당시 상당부분 중국으로 유입된 돈들이 언젠가는 빠져나갈 핫머니로 보고 사전에 걷어내겠다는 것.
또 중국 은행들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의지기도 하다. 중국 예대율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투자신탁형 상품 등으로 비정상적인 대출에 치중한 중소은행과 2금융권 등 12조위안대의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을 차단하겠다는 것. 이 자금이 부동산 등에 흘러들어 경제 거품을 만들어 낸다고 판단해서다.
유동성 위기, 부동산에 확산
실제 중국 은행권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부동산기업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지난(济南)대 후강(胡刚) 교수는 “현재 대부분 부동산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원은 바로 은행 융자”라며 ‘그림자금융’이 현재 중국 부동산 경기를 지탱하는 주요 기둥인 상황에서 은행권 자금경색으로 부동산신탁·자산관리상품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 부동산 부문의 신탁자금 조달액은 900억 위안 이상으로 전체 부동산 융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아니다
이처럼 은행권과 부동산 시장 등 중국 경제에 불안감이 감돌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 △국가 총부채 규모가 GDP의 80% 수준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비해 아직 낮다 △세계 최고 외환 보유고에 가계 부채 같은 문제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들며 ‘금융위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中진출 韩기업·은행 대비 필요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진화에 나서면서 금융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중국에 진출한 3만여개의 한국 기업(은행)들은 대비가 필요하다.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이치훈 부장은 “중국정부의 산업고도화 정책에 대비해 구조적 유동성 감소 가능성에 유의해 자금 조달 루트 다변화와 효율적 분배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히 금융코스트가 높고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향 매출을 활용한 공급자 금융 등 금융상품 활용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