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한국상회, 화동연합회 회장 선거에 제동
“절차상 문제 있는 불법 선거” 주장
코로나19로 활동이 잠잠했던 화동연합회(회장 이상철)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1일 ‘중국 화동지역 한국상회(한국인회) 연합회 2020년 1차 임시총회’가 인팅루 자하문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화동지역 19개 한국상회(한국인회)에 공지한 대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화동지역 기업, 교민사회 애로점을 취합, 함께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고자 하는 취지의 임시총회”였다. 그런데 화동연합회는 사전에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재를 불허했다.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의 행사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꺼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희천 후보, 화동연합회 고문 자격으로 재출마
이날 화동연합회 임시총회 참석자에 따르면, 당초 공지한 일정대로 10대 화동연합회 회장 선거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말 단독 출마한 정희천 후보가 회장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19개 지역 한국상회 회원사 중 1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당선을 확정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회장 선거는 회원사끼리만 공유?
정제윤 사무총장은 임시총회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행사인지에 대한 질문에 “회원사들에게 총회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취재를 제지한 정제윤 사무총장은 행사일정표를 회수하고, 교민 언론사의 중국 정부 허가 문제를 따지며, 행사 전 촬영한 사진을 지우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임시총회 내용을 교민 신문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화동연합회는 교민사회 축하를 받아야 할 신임 회장의 당선 소식을 19개 회원사들만의 내부 회람에 부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스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회장’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1대 화동연합회(2007~2008)
9대 화동연합회(2018~2020)
“중국한국상회•중국한국인회에 정식 공문으로 제기”
선거 결과에 대한 상해한국상회의 반응에서도 화동연합회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엿보인다. 이번 화동연합회 회장 선거에 대해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는 “불법 선거”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상해한국상회 박상윤 회장은 “(화동연합회 10대 회장 선거에 대해) 중국한국상회와 중국한국인회에 절차상 문제와 불법 선거임을 정식 공문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혀 이후 파장을 예고했다.
상해한국상회는 화동연합회 선거권 없다?
이어, 박상윤 회장은 “화동연합회는 지난해 말 위챗으로 그간 납부했던 회비를 돌려주려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이는 등 상해한국상회를 화동연합회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 문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윤 회장은 화동연합회의 일련의 대응과 무관하게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가 상하이 교민사회의 대표성을 갖는 단체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외교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 행사에 초청받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회장 자격을 분명히 했다. 또 현재 박상윤 회장은 중국한국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19 민관합동 비상대책위를 통해 총영사관과 코트라 등 기관뿐 아니라 상하이시정부, 민항구정부, 홍차오전정부 등과의 간담회에도 상해한국상회 회장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지역 한국상회의 대표성, 화동연합회가 규정?
이러한 이유로 상해한국상회는 이번 회장 선거의 절차상 문제는 물론 “화동연합회가 갖는 상해한국상회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 화동연합회 회원사 자격 여부를 논하는 태도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의 말대로 화동연합회가 상해한국상회를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면, 상해한국상회를 제외시킨 화동연합회 회장 선거를 왜 상하이에서 개최한 것인지, 게다가 교민사회 공개를 꺼려하는 찜찜한 선거로 전락시킨 것인지, 화동연합회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화동연합회 각 회장들이 모여 상해한국상회의 회원사 자격을 박탈했거나, 납부한 회비를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면, 회의 결과는 해당 회원사에 통보하는 것이 단체 운영의 상식이다. 결과를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못할 정도의 ‘회의’는 ‘모의’에 불과하다.
‘공금횡령’ 논란됐던 후보, 화동연합회 고문 자격으로 회장 당선?
상해한국상회가 이번 10대 회장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절차상 문제만은 아니다. 상해한국상회에 회장 자리를 내준 적이 없던 화동연합회가 이번에는 상하이 출신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불과 4년 전 단독 출마했다가 찬반 투표로 탈락된 정희천 후보가 이번에는 ‘상해한국상회 전임 회장’ 자격이 아닌 ‘화동연합회 현 고문’ 자격으로 출마해 당선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4년 전에 회장 선거 찬반 투표에서 탈락했던 후보는 화동연합회를 탈퇴하겠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4년 후 화동연합회 고문 자리를 차고 회장에 당선됐다. 더구나 4년 전 없던 취약한 이력을 달고 출마한 후보를 당선시킨 화동연합회를 상해한국상회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선거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상해한국상회 모 부회장은 상해한국상회 회장 당시 ‘공금 횡령’ 논란으로 교민사회 분란의 주인공이었던 후보를 화동연합회 고문으로, 다시 회장으로 당선시킨 것은 화동연합회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라는 것. 그것도 현재 상해한국상회에 선거권을 주지 않고, 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화동연합회 스스로 운영의 투명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화동연합회’는 화동지역 각 한국상회(한국인회)로 구성된 연합 조직이다. 각 지역 교민사회 대표성을 갖는 한국상회의 연합체인 것이다. 그러나 13년 역사의 화동연합회 회장 선거만 놓고 보면 유독 상해한국상회에 폐쇄적인 조직 운영 행태를 보여왔다.
화동연합회, 지역 한국상회 연합체일 뿐 상위 조직 아냐
지난해 화동연합회는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의 대표성에 제동을 걸며 화동연합회 회원사 자격을 논하기도 했다. 설령, 19개 회원사 중 10개 지역 한국상회 회장들이 모여 어떤 이유에서건 상해한국상회의 화동연합회 회원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에 뜻을 같이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손 치더라도 각 지역 한국상회 회장들이 다른 지역(상해) 한국상회의 대표성을 무엇을 근거로 평가하는 것인가.
또한 총영사관, 재외동포재단, 중국한국상회, 중국한국인회도 인정한 대표성을 빼앗을 권한, 각 지역사회가 준 한국상회•한국인회라는 대표성을 심사할 권한, 이러한 자격을 누가 ‘화동연합회’에 준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화동연합회는 각 지역 한국상회로 구성된 연합체이지, 각 지역 한국상회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상위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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