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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25] 자유의 도시, 올드 상하이

[2024-01-20, 07:33:52] 상하이저널
김양수 | 동국대학교출판부 | 2023년 7월
김양수 | 동국대학교출판부 | 2023년 7월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매력의 도시 올드 상하이,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아름답고 황홀한 마력의 도시 

“동양의 파리”, “모험가들의 낙원” 등의 수식어는 1842년 난징조약으로 개항한 이후 1930년대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던 근대시기의 상하이를 부르는 말이다. 내셔널리즘의 권력이 인간을 압제하지 못한 코스모폴리타니즘의 공간이었고, 자유의 시간이 존재했던 그곳 상하이는 1949년 국민국가로 회수되면서 그 화려한 막을 내리게 된다.

 모든 도시는 서술자에게 언어와 경험 그리고 서술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혜성처럼 등장하여 화려한 불꽃을 피웠던 도시 상하이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지금의 이곳에서 100여 년 전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작업은 상하이만이 가진 매력으로 아직까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불꽃 같았던 그 도시 상하이,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던 난징루가 있었고, 웅장하고 고색창연한 와이탄의 건축물들이 있었으며,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울창했던 거리가 있었다.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우리에겐 임시정부 청사나 홍커우공원 같은 역사적 공간이 남아 있어 또 다른 우리들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의의도 가지고 있다. 

# 작품 속의 공간 상하이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중국 현대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어려웠다. “중국에서 루쉰 책을 들고 오다 공항에서 걸려 압수당했다…” , “***에서 연락이 와서 다녀왔다…” 등의 선배들의 농담 섞인 경험담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 현대문학 연구를 꾸준하게 해오신 중문학자 김양수 교수님의 저작으로 1910년대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까지의 올드 상하이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상하이를 다룬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미국인들이 남긴 문학작품 및 기록물을 매개로 당시 정치, 사회상을 그리고 있으며 저자는 이 책에서 “이데올로기로서의 내셔널리즘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이 도시는 타국의 독립운동가나 혁명가들에게 활동의 공간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고 쓰고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20여 명의 작가들이다. 1913년과 1919년 두 차례에 걸쳐 상하이에 갔던 이광수를 필두로 주요섭, 피천득, 심훈, 김광주, 유진오 등 한국 문인들, 중국 문인 루쉰과 장아이링, 일본인 우치야마 간조, 요코미쓰 리이치, 무라카미 하루키, 미국인 님웨일스와 애그니스 스메들리,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와, 그리고 영화감독 왕가위 같은 화려한 라인업이 이어진다.  

* 작가들의 다양한 평가에 대해선 잠시 접어두고 그들이 바라본 상하이의 모습에 대해서만 거론하겠습니다 * 

이광수는 두 차례 상해 방문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상하이 행을 담은 산문 「상하이 인상기」에서 이광수는 강대국들의 부와 힘을 확인하고 정작 그 땅의 주인인 중국인은 그로부터 소외된 현실을 개탄하기도 한다. 

 주요섭과 심훈, 유진오가 상하이를 배경으로 쓴 소설들은 결이 사뭇 다르다. 주요섭은 단편 『인력거꾼 살인』에서 중국인 인력거꾼과 매춘부로 대표되는 계급모순을 부각시켰고, 중편 『첫사랑 값』에서는 1925년 상하이 일본계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과 학생들의 동조 투쟁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시킨다. 심훈의 미완의 장편 『동방의 애인』은 상하이를 무대로 사회주의 독립투쟁을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박헌영과 주세죽, 이동휘 여운형 등이 모델로 추정된다. 유진오의 단편 『상해의 기억』에는 1931년 1월17일이라는 날짜가 특정되거니와 이날은 중국 공산당 계열의 젊은 작가 5명이 국민당에 의해 체포된 날이다. 2월7일에 처형된 이들을 중국 문학사에서는 ‘좌련오열사’라는 이름으로 기린다. 이 외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의 상하이가 가상의 공간이었던 점,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외 다른 영화에서도 속속 숨겨진 상하이 색채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렇게 여러 나라 문인들의 문학 작품과 기록들을 매개로 상하이에 관한 문화적 기억을 소환해 낸다.  

# 그들과 함께 걷는 상하이

올드 상하이는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었던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된 곳이기도 하다. 독립 운동과 임시 정부라는 큰 틀로만 바라봤던 시각에서 당시 임시정부와 그곳에서 활동했던 한인 커뮤니티와 그들의 삶, 그 배경으로 이끌어낸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당시 그들도 난징루의 삿슨하우스(지금의 和平饭店)의 화려함에 압도당했고, 프랑스공원(지금의 复兴公园)에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토해 냈으며, 가든브릿지(지금의 外白渡桥)를 넘나들며 꿈과 희망을 꿈꾸었을 것이다. 자유와 낭만이 공존했던 올드 상하이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그들의 활동 공간이었던 이곳 상하이가 아직도 우리들의 곁에서 우리들의 산책로가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 무척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장윤경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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