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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횡단보도의 Wen Ming!

[2010-12-03, 22:21:28] 상하이저널
횡단보도를 혼자 건널 때면 잠깐 생각을 한다. ‘횡단보도 오른쪽 편에 서서 왼쪽방향을 보면서 건너기 시작해야 되는 거지’ 늘 지나다니는 익숙한 길이건만 순간의 불안감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작은 아이랑 길을 건널 때면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았었다. 그것도 있는 힘껏 꼭~ 꼭~ 잡았었다. 혹여 내 손에서 멀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그러나, 이제 훌쩍 커버린 아이, 언젠가부터 창피하다며 손을 빼기 시작하더니 이젠 혼자서 잘도 건너간다. 오히려 내가 이 아이의 팔에 매달리는 듯하다.

큰아이도 길을 건너고 나면 한마디 한다. 엄마는 건널목 건널 땐, 꼭 팔을 잡고서 매달린다고, 괜히 더 친한척한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다 커서 성인이 된 아이이긴 하지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님 정말로 이젠 내가 보호받고 싶은 건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 자체가 그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 부터 스포츠센터에 걸어 다니고 있다. 날씨도 포근하고 비도 한참 오질 않아 걸어 다니기에 안성마춤이었기에 시작한 일이다. 같이 걸어 다닐 얘기 벗도 있고 해서 더더욱 좋기도 하고. 처음엔 30~40분 정도 걷는 것이 조금은 지치고 힘들긴 했지만, 얘기하면서 무리하지 않고서 천천히 걷다 보니, 이젠, 다리에 제법 힘도 생긴 듯 발걸음이 조금씩 조금씩 더 가벼워지고 있어, 가벼워진 발걸음만큼이나 마음도 즐거워진다. 함께하는 점심도 더더욱 맛있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우리들의 짧은 여정에도 복병은 항상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된다는 것.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건널 때도 쌩쌩 달려오는 오토바이들(사실은 차보다 더 무서울 때가 많다),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자전거들, 우회전을 하면서도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는 차량들 때문에 아찔할 때가 있다. 문명(wen ming, wen ming)을 강조하는 이 나라에서 이럴 땐, ‘아찔아찔’한 맘 외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곳에 살면서 생긴 나쁜 습성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또 이 나라를, 이 나라 사람들을 마구 욕하기 시작한다. 아찔한 마음이 가라 앉을 때까지 끝없이 비난하고 또 비난하고…. 이게 무슨 올림픽과 엑스포를 개최한나라냐고 하면서 끝을 낸다.

물론, 내가 사는 이 곳, 소위 한국촌에서 길을 건널 때 일부러 우리들을 위해 멈춰주는 차량도 가끔은 있다. 우리들은 아마 한국사람 일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것이 또 편견일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들을 우리들이 많이 보여 주길 바란다. 이 곳에 사는,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어디에서나 언제나 차량보다는 우리 사람이 먼저 임을 우리들의 모습에서 먼저 솔선수범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문명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차량들을 우리가 피해다녀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긴 하지만 차량을 운전하는 이들도 결국 우리들 자신이기에 우리들 자신이 먼저 문명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길을 건너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분명 평상시에 잘 건너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갑자기 지나가는 차량들에 현기증이 나듯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서 당황했던…. 축구하러 갈 때, 머리커트하러 갈 때, 우리 아이가 혹시나 이런 현기증을 느낄까봐 걱정이 된다. 잘 도착했는지 꼭 전화하라고 핸드폰을 챙겨주는 것으론 안심이 안된다. 우리 아이가 커가는 그 이상으로 우리들이 사는 이 공동체가 하루하루 빨리 문명화되어가길 바래본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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