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소버린 쇼크(Sovereign Shock)’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쳐 작금의 세계 경제는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듯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미, 일, 유럽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최근 중국경제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마조마하다. 상반기 9.6%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는 3분기 이후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4분기 성장률이 8.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요인은 수출 감소이다. 구미 경제 불안과 시장수요 감소가 맞물려 연말까지 중국의 대외수출은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신규 오더가 줄어들고 기존 주문량에 대해서도 취소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과 맞물려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중이다. 8월 11일 대미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3위안 시대에 접어들었다. 연말에는 6.2위안까지 떨어져 올해 절상 폭이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 5%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현재 중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생각하면 수출 감소는 직접적으로 산업생산과 투자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물가 역시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이다. 다행히 그동안 물가상승의 주범이었던 식품가격의 상승폭이 최근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5%를 고비로 8월에는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말까지 물가가 하향 안정 추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 최악의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불안하고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내 기업들은 ‘인력난, 전력난, 자금난’의 삼중고를 겪고 있고, 국가는 국가대로 ‘고물가, 고환율, 불경기’라는 삼중고에 처해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도래도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여러 악재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현재 시행중인 고강도 긴축정책의 향방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최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과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긴축정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유지하되, 강도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방향 전환 대신 ‘속도와 폭’의 미세 조정(fine-tuning)만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농촌, 서민주택 건설, 수리(水利)시설의 정비 등 분야에 있어서는 자금 흐름의 ‘동맥경화’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올해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3% 수준이다. 지난해 10.3% 보다는 낮지만 12•5 계획 기간 동안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 목표가 7%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중국정부로서는 경제성장 속도의 ‘일보 후퇴’는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면서 성장률 하락에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정부는 4조 위안을 쏟아 부으면서 경기부양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2008년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도 막대한 돈을 풀 경우 초래될 부작용이 경기진작 효과를 압도할 수 있음을 중국정부는 잘 알고 있다.
홍창표
-현 KOTRA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
-전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 부관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석사
-'중국시장 중장기 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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