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56만명 중 100살 이상 200명…110세 이상도 3명 이상
땅콩기름·농장 일·신선 식단·적절한 음주·사회생활 등 꼽혀
외적의 침략과 내전, 기근을 이겨낸 중국 하이난(海南)성 청마이(澄邁)현의 고령자들은 초라한 콘크리트 오두막에 살지만 대다수가 장수를 누리고 있다.
곳곳에 감귤 농장이 있는 열대 섬 하이난의 청마이 지역 주민 56만 명 중 200명 이상이 100살 넘게 살고 있다. 100세 이상 장수 인구 비율이 전 세계에서 손꼽힌다.
특히 세계적으로 400명도 안 된다는 110세 이상 장수 노인이 세 명 이상 산다.
정부가 발행한 주거인가증에 1900년생으로 돼 있는 리아이주 할머니는 좁은 침실에서 절뚝거리며 나와 집앞에서 뒤뚱거리며 지나가는 오리들을 바라보는 것이 매일 하는 일이다.
113세의 '유명 장수노인'으로 인정받아 무료 의료보장과 함께 정부로부터 매달 지원금 500 위안(약 9만 원)을 받는 리 할머니는 증손녀에게 "땅콩기름을 많이 먹어야 오래 산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리스와 일본의 외딴 섬, 코스타리카 반도와 쿠바 등지의 다른 장수촌은 돈독한 가족관계, 활발한 신체활동, 채식 위주의 식단 등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중국이 일본 침략과 내전을 거쳐 공산당 집권까지, 또 계획경제부터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격변을 겪는 동안에도 대다수 청마이 주민들은 이전처럼 계속 농작물을 경작해왔다.
부인과 단둘이 사는 86세의 왕카이루는 "힘든 농장일 외에 다른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층 오두막에 거주하는 왕씨는 우물에서 직접 물을 길어와 작은 채소밭에 뿌린다.
장수촌 관련 전문가회의 참석차 작년 청마이를 방문한 미국의 제니퍼 홀더웨이는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적하면서 풍성한 신선 과일과 채소 등 건강한 식단, 셀레늄이 많이 함유된 토양, 좋은 기후 등을 장수 요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적당한 음주를 필수 요소로 들기도 한다.
104세의 수유허는 코코넛으로 만든 토속주를 매일 마신다고 밝혔다.
자녀와 손자녀 31명을 둔 80세의 성쉬도 "매일 저녁 술을 조금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사회생활도 장수에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청마이 노인들은 아침마다 수십 명씩 모여 앉아 차를 나눠 마신 뒤 남자들은 뒤에서 카드놀이를 즐기고 여자들은 앞에서 음악을 튼 채 수다를 떤다.
청마이현 측은 100세 장수노인들로 합창단을 구성해 언론에 노출하는 등 장수촌 홍보에 나서고, 부동산 회사들은 이 섬에 중국 전역의 은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장수 도시' 아파트 신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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