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다 올해 들어 중국 내수시장조차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신규출점은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107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신규점포 출점과 동시에 매출부진 점포 정리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올해에도 점포 10개를 새로 여는 동시에 적자가 큰 부실 점포의 문을 닫을 계획이어서 유의미한 점포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도 중국에서 12개점포를 새로 열고 매출이 부진한 점포 7개를 닫았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 가능한 롯데마트 44개 중국법인은 지난해 16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가 2012년(555억원)에 비해 3배 늘었다.
국내 1위 업체인 이마트 (248,500원 8500 3.5%)도 한때 27개였던 점포수가 지금은 16개로 줄었다. 매년 중국에서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어 사업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이마트 중국법인 5개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4.6% 줄어든 4360억원에 그쳤고 순손실은 530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2012년 6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손실폭은 다소 줄었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유통대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1위 대형마트인 스지렌화(世紀聯華)의 경우 전국에 4000개의 점포를 갖추고 있다. 화룬완자(華潤萬家)도 20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기존 유통업체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공격적인 외형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합쳐도 150개가 안되는 규모로는 '구매력'이 안 돼 현지 업체와의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연안 대도시 대형마트의 과다경쟁에 따라 출점을 제한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경우 영업면적이 9000㎡ 를 초과할 경우 공청회를 거쳐야 점포를 열 수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월마트도 구조조정에 착수, 중소도시 중심으로 출점전략을 수정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심상치 않은 것도 우려스럽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소매판매액도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줄곧 12~13%대를 유지해온 소매판매 증가율이 올 들어 11%대로 추락한 것이다.
한 유통업체 중국법인 관계자는 "인력재배치와 진열 표준화, 비용감축 등 구조조정 중이지만 중국 현지기업들이 공격적인 출점에 나서면서 한번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신규출점은 고사하고 당장 적자를 어떻게 줄여야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내수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7.5% 달성을 위해 경기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시장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철수를 고려할 상황은 아니"라며 "출점 점포의 현지화, 대량구매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내수활성화와 주변도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출점기회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강력한 경영효율화 작업과 더불어 중국 내 물류시스템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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