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의 외국자본정책이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넓은 시장개방과 함께 외국자본을 적극 환영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을 면밀히 검토하고 금융, 소매, 제조업 등의 분야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 (WSJ)지는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을 반외국인 정서에 기인했다기보다 급성장하고 있는 자국기업 지원과 양극화 해소와 같은 국내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전환으로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자국내 자동차업계에 대해 자국 브랜드 육성과 자체생산개발 지원을 위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생산설비 확장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합작관계에 있으나 최근 들어 독자 브랜드 생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체인업체의 매장 확대 규제도 중국내 소매업체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실행되면 월마트와 까르푸 같은 외국계 소매업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밖에도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위안화 소매 업무를 취급하려면 현지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정, 오는 12월21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지법인 전환에 필요한 최소자본은 10억위안(약 1200억원) 정도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산업은행이나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도 이런 규정을 준수해야 위안화 소매 업무가 가능하다.
중국 정부의 이런 방향 전환에 대해 분석가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부과한 의무 이행이 끝나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시장개방을 위한 개혁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거나 아예 개방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후 다른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국 기업의 자국시장 진출을 허용, 현재 외국 자금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기업만 28만여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중국 진출이 지난 수년 간 이미 정점에 달한 상태여서 더 많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외국기업들은 700여건, 300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중국기업을 인수합병했으나 올해 들어 액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 선회가 본격적인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임시대책인지는 불명확하다. 최근 발표된 외자규제정책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상황에 따라 중국 정부가 임시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