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 시국과 어울리는 사자성어
사자성어는 상황, 감정, 사람의 심리 등을 함축된 네 글자로 묘사한 관용구이다. 사자성어는 다른 그 어떤 수식어보다도 간결한 네 글자만으로 핵심을 찔러 우리에게 교훈과 지혜를 주고 반성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있었던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 대한민국의 현 시국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는 무엇이 있을까?
혼용무도(昏庸無道)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덮인 것과 같이 온통 어둡고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혼용무도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지도자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이 합쳐져 이루어진 말이다.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은 야만의 상태를 뜻한다. 이 두 말을 합한 혼용무도는 즉 어리석은 지도자로 인해 나라 전체의 법도와 도리가 무너져버린 상태를 지칭한다.
혼용무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 진나라의 두 번째 황제 호해이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에 순행을 나갔다가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자, 환관 조고는 유서를 조작해 후계자가 아닌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였다. 조고 덕에 황제의 즉위에 오르게 된 호해는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 즉위 4년 만에 반란군 앞에 자결을 하였고, 진나라는 멸망하였다. 현재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 남용과 부패는 어느 한 쪽의 권력 집중을 막고 견제하는 제도들이 과거에 비해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내우외한(內憂外患)
내우외한은 안으로는 걱정, 밖으로는 근심으로 사방에 온통 걱정거리뿐으로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겹쳐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송나라에 환원이라는 대부가 있었다. 그는 진과 초를 설득하여 송나라의 서문 밖에서 양국의 대표자가 조약을 맺도록 도왔다. 그 조약의 내용은 서로 침범하지 않고 환란이 있을 때에는 서로 도우며 연합하여 다른 나라를 공벌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맹약은 3년이 지난 후 깨지게 되었다. 이때 진나라 낙서는 정나라를 치기 위해 장군이 되었고, 범문자는 부장군이 되었다. 진과 초의 두 군대가 충돌하자 낙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초와 싸울 것을 주장했다. 이에 범문자가 반대하자 낙서는 “성인이라면 밖으로의 재난을 견딜 수 있겠지만, 우리는 밖으로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 우환이 있을 것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방기곡경(旁岐曲逕)
방기곡경에서 방기는 샛길을, 곡경은 굽은 길을 의미한다. 이는 바른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일을 비유할 때 사용한다. 방기곡경의 유래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가 쓴 ‘동호문답’에서 유래하였다. 동호문답은 일종의 정치철학서로 왕도정치의 이상과 군주의 길, 신하의 길, 안민 정책 등 11개의 주제를 문답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방기곡경은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어질지 못한 임금을 설명하면서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망령되게 시도하여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을 행태를 자해한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방기곡경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 의혹에 대한 비판으로서 적절한 사자성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우리의 후대는 무엇을 보고 방향을 잡아야 할지 궁금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름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이려는 짓을 비유적으로도 표현한다. 진나라의 진시황이 병사한 이후, 조고는 진시황의 유언을 조작하여 호해를 황위에 앉혔다. 조고는 황제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반대세력을 모두 숙청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등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승상인 조고가 자신의 권력을 시험하고자 사슴 그림을 가져와 말이라고 하였는데, 이때 자신의 말을 따라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 않은 신하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 이는 나중에 이장폐천(以掌蔽天), 즉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사자성어와도 관련이 있다. 이 사자성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을, 자신만은 아니라고 우길 때에 사용되는 성어이다.
장두노미(藏頭露尾)
장두노미는 머리는 감추었지만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사자성어이다. 이는 속으로는 감추면서 들통이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장두노미는 쫓기던 타조가 머리만 숨긴 채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종신불퇴(終身不退)
종신불퇴는 옳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된다면 몸이 꺾이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현 시국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이념을 위해서 물러서지 않고 시위 또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종신불퇴는 이러한 상황들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라고 생각된다. 작은 목소리와 행동들이 대한민국을 더 나은 국가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고등부 학생기자 조은빈(상해한국학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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