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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한 해 끝과 시작… 김치 담그기

[2022-12-19, 08:19:00] 상하이저널
 
훅하고 옆구리를 끌어안은 찬 바람 때문에 이불 속의 온기가 참 좋다. 꼬물거리며 애벌레가 허물을 벗듯 빠져 나와 사과를 쓰윽 밀어 화면을 본다. 코시국 후 달라진 아침 풍경이라면 날씨를 확인하기 전에 위챗을 열어 확진자 추이나 봉쇄 관련한 소식부터 챙긴다. 밤사이 남편의 회사나 아이들의 학교는 별일 없었나? 아파트 주민 위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만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상하이 전면 봉쇄가 끝난 6월 이후에도 핑퐁 봉쇄가 이어져 한숨만 퓨~. 다행히 내 주변에는 아직은 이상무, 긴급상황 없이 굴러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코로나 추세는 하루하루 급변하고 확진자 증가와 이로 인한 봉쇄, 또 이가 낳은 안타까운 사건들로 우리네 마음은 번잡해졌다.

12월 첫 주말에는 두 아이의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바자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둘째 학년의 한국 맘들이 정성 가득 담긴 김치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준비하느라 학년 위챗방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Merry Christmas’가 프린트되어 있는 멋진 유니폼을 구매하며 우리는 얼마나 신나 했던가! 학교의 공식 행사가 너무 오랜만이라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흥겨워 하나로 똘똘 뭉쳐 으싸으싸!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코로나 뉴스 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로 준비하며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모두들 기원했다. 그러나 11월의 마지막 날 올 것이 왔고 바자회는 취소되었다.


매년 바자회의 최고 인기상품은 한국맘 커뮤니티의 김치였다. 당일 판매량이 많고 구매치 못한 이들의 요청에 올해도 선주문을 받았다.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선 주문량은 만들어 배송키로 하고 금요일 아침 절임배추가 대기 중인 장소로 출발했다. 푸서로 넘어가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봄 봉쇄 기간 중 담갔던 김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려니 생각하고 준비했던 냉장고는 이내 텅 비었다. 물어물어 찾은 식자재 공구방에서도 한국인의 식탁에 필요한 채소들은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너다섯 개의 채소 보따리를 구매했다. 각 공구 주머니에서 종류가 배추의 형제자매들을 모아 소금에 절였다. 배는 구할 수 없어 사과와 양파를 두어 개 갈아 양념을 버무려 냉장고에서 하룻밤 숙성시켰다. 햇살 좋은 봄날 부엌의 창을 활짝 열어놓고 쓱쓱 버무려 김치를 담그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봉쇄 기간 중 내가 누린 가장 큰 사치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혼자 키득키득 웃었더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엄마가 재미있는 일이면 같이 좀 웃자며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도착해 보니 이미 김치는 곱게 버무려져 포장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빛깔이 어찌나 곱고 맛나게 생겼는지 밤새 수고했을 이들의 손길이 너무나 감사했다. 준비해온 앞치마를 두르니 우리들에서 김장 고수의 냄새가 솔솔 피어 올랐다. 오늘을 위해 칼까지 갈아왔다는 말에 웃음꽃이 가게 안에 피어났다. 각자 할 일을 나누고 일을 시작했다.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한 캐럴처럼 들리고 100개의 김치병은 붉은 포인세티아처럼 보였다. 예쁘게 리본까지 묶어 포장을 마친 김치통들을 쌓아두니 근사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우리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의 풍미가 더욱 훌륭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모두들 하나가 되어 손발을 맞췄기에 일찍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즐겁게 김치를 담가본 건 처음이고 환상의 팀워크이라며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모두들 마음 속으로 하나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2023년은 코시국에서 벗어나 반짝반짝 빛나는 해가 되기를! 

화몽(snowys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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