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P&G’라 불리는 란웨량(蓝月亮)이 16일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고 계면신문(界面新闻)이 보도했다. 발행가 13.16홍콩달러였던 이 종목은 장 시작부터 상승해 16% 오른 15.32홍콩달러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88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이미 중국에서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세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란웨량의 성장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2000년 란웨량은 아주 손 세정제와 주방 세정제를 주력으로 하던 작은 회사였다. 3년 후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한 뒤 판매량이 늘어났고 이때부터 일약 광동성의 유명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공한 뒤에는 생각의 전환, 빠른 행동력이 뒷받침되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시기는 2008년이었다.
이 당시 중국은 세탁 세제라 하면 모두 가루 세제나 세탁 비누가 전부였다. 액상 세제의 시장 점유율은 고작 4% 정도였다. 게다가 중국 시장을 점령하다시피한 P&G 등의 외국 브랜드 역시도 아직 중국 시장에서 액상 세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때였다.
이 때 이과대 출신의 경영진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란웨량은 누구보다 먼저 액상 세탁세제 개발에 나서면서 2008년 본격적으로 액상 세제 제품을 출시했다. 마침 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시기라 란웨량은 중국 국민 수영선수인 궈징징(郭晶晶)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국민 선수가 TV에서 반복적으로‘세탁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다’라는 카피를 반복했고 그 결과 중국 국민들에게 란웨량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대형 마트에서 판촉 직원들을 대거 투입시키는 ‘인해전술’을 펼쳤다. 판매 직원들은 현장 한 켠에서 직접 빨래 시연을 보이면서 액상 세제의 성분과 오염 제거 원리를 설명했고 당시 액상 세제가 막 시장에 풀리던 시기라서 중국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액상세제=란웨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작은 세제 개발 회사가 10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의 빨래 습관을 변화시키며 관련 시장을 장악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2007년에서 2013년까지 란웨량의 매출은 4억에서 43억 위안으로 10배가 상승했다. 연간 복합 성장률은 49%에 이르렀다. 세탁 세제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6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 규모가 2~4위 브랜드를 합한 것보다 많으니 가히 중국 세제 시장의 일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세탁 세제가 성공을 거두자 손 세정제와 화장실 청소 용품 등도 일제히 판매가 증가했다. 손 세정제는 2003년부터 11년 연속 1위, 청소 용액은 2004년부터 10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다만 현재 액상 세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2019년 란웨량의 시장 점유율은 24.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위 23.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판매가 부진해 중간 벤더(유통사)로부터 반품된 물량만 1억 5000만 홍콩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란웨량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농축 세제, 고농축 캡슐 등을 개발하고 클린 센터를 설립해 의류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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