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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30] <인생의 역사>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2024-02-22, 18:53:41] 상하이저널
신형철 | 난다 | 2022년 10월
신형철 | 난다 | 2022년 10월
인생에 육성이 있다면 그게 곧 시(詩)이다. 이 책은 작가가 아껴 읽어온 시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수필집이라는데, 나는 감히, 작가의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회고록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느 문학가와 달리 그는 현실의 각에 매달려서 고통으로 절망하고 쓰러지고, 그러면서 한 가닥의 불씨를 발견했으며, 그 불씨가 삶을 지탱하는 희망으로 피어오른 것 같다. 

<인생의 역사>는 에세이면서도, 명시에 대한 해설집이며, 심리학스럽고, 철학적이며, 한편으로는 정신분석학적이다. 즉,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 내면의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들을 분석해 나간 심리 지침서이기도 하다. 작가의 머리말 고백처럼, 나 또한 인생을 공부해 왔으나, 육십을 바라보고 있는 이 나이에, 스스로가 무지하고 미숙해서 그저 다급하다. 

이 책은 7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고통, 사랑, 죽음, 역사, 인생, 반복, 에필로그. 

책의 앞부분은 고통으로 시작된다.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고통의 시간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삶은 이유 없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는 걸까? 구약의 창세기 때부터 인간의 고통은 시작되었다. 담과 이브의 선악과로 시작된 노동과 출산의 고통에서부터, 욥의 울부짖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야곱이 장자 상속권을 얻기 위하여, 얍복강에서 하느님과 결투를 벌인 일화는 나의 신앙의 모티브이자, 삶을 ‘운명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내게는 귀감이 되어왔다. 그러나 반평생을 넘게 살아보니, 도전적인 삶조차도 인간의 욕심으로 비롯된 것임을 스스로 절감하게 된다. 모든 고통은 인간의 욕심에서 발단된 것일까?

“한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 했지만 사실은 한걸음씩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욕심 덩어리의 인간은 고통을 감내하고, 고군분투하며 목표를 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생과 죽음의 길목에서 뒤돌아보면 그조차도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고통에 대한 결말은 이러하다. 

“고통의 무의미를 발명할 수 없어서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자라 명하겠는가?” 사랑은 고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고통은 언제나 진실한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감내하는 고통이라면 참아낼 만큼의 가치가 있다. 2부 <사랑의 면>에서는 셰익스피어를 빌어, 인생은 쉬이 늙고, 그리 길지 않으니 서둘러 삶을 사랑하라고 다급하게 말하고 있다. 사랑을 할 때는 사랑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절제하듯 어루만지며 살포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늘을 나는 기러기처럼 그저 자연의 개체에 불과한 보잘것없는 게 인간이다. 특별하지도 않고 게다가 어리석기까지 하다. 움켜쥐는 삶을 버리고, 놓아줌으로써, 순리에 몸을 맡겨야 한다. 세월이 흘러 시대는 바뀌고, 보잘것없음을 깨닫는 인간은 절망에 이르지만,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 임의의 절망을 만들어낸다. 희망과 절망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음을 깨닫고, 현실의 대부분은 무명의 시간이므로, 절제라는 이름으로 의연해진다. 그만큼 생명은 강한 존재이다. 

마지막에서 작가는 모두가 애장하는 시(詩)인 <가지 않는 길>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유한성과 고독과 아름다움으로 장식하며 마무리하게 된다. 인생은 무지하지만 그래서 고귀하다고.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다 걸어도 된다.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김혜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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