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유대인의 교육법 (1)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때마침 이명박 정부의 새 시대도 열렸다. 하지만 매스컴이나 설을 쇠고 돌아온 교민들을 통해 듣는 고국 소식은 별로 희망적이지 못하다. 잔뜩 기대했던 경제회생도 그렇고 새로운 교육정책들도 학부모들의 시름을 더하는 양상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춤을 추고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에 떤다. 하지만 이는 인적자원만이 희망인 한국의 불가피한 운명으로 치부되고 있고 해결방안은 요원해 보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제도가 바뀌어도 내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소수임에도 역사상 가장 많은 인재를 배출했고 세계 역사를 지배해 오고 있는 지상 최고의 성공집단인 유대인의 교육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유대인은 무엇보다 교육을 중요시 한다. 아이가 세 살이 되어 `탈무드' 공부를 시작할 때, 부모는 반드시 꿀물 한 방울을 책장에 떨어뜨리고 아이는 책에 키스를 하게 한다고 한다. 책과 공부는 노동이 아닌 친근한 놀이요 삶 자체임을 상징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교육만이 칼보다 강한 것이라 여긴 랍비 벤 자카이는 예루살렘 신전을 포기하는 대신 목숨을 걸고 로마군 사령관과 협상을 벌여 대학도시인 야브네의 멸망을 막았다. 또한 유대인 교육의 핵심인 두 가지 책 `토라'와 `탈무드'의 히브리어 의미가 각각 `가르침', `학습'이다.
대제국이나 거대한 신전 건설에 힘을 쏟는 대신 인간과 세상 연구에 온 에너지를 집중한 결과, 세계 인구의 0.2%(약 1천6백만명)의 유대인이 노벨상에서 경제 65%, 의학 23%, 물리 22%, 화학 12%, 문학 8%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미국 최상위 부자 40가족의 반을 미국 인구 2%에 불과한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과학.철학.예술.금융.언론.정치 등 모든 분야의 걸출한 인물들이 모두 유대인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부활한 유일한 국가인 이스라엘도 교육의 힘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에 목숨을 걸지만 열매가 초라한 한국인과 유대인의 교육 상 차이는 무엇일까? 가정생활에서 첫 번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안식일은 그저 쉬는 날이 아닌 교육의 시간이다. 온 가족이 학교 대신 회당인 시나고그에 가서 토라를 공부한다. 그리고 예배의 앞뒤에는 같이 모인 사람들과 교육과 가족, 세계 정치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서로 이야기 한다. 미리 익혀둔 음식을 함께 먹고 저마다 그 가정의 노래를 부른다.
저녁식사 후 가족들은 자연스레 책을 집어 든다. 라디오나 TV도 켜지 않고 지적 휴일을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옷을 팔아 책을 사는 것이 유대인이요, 게토(유대인 거리)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도서관이다. 항상 제공되는 이런 지적 환경이 아이들을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인도해 주는 것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만 난무하는 한국의 수많은 가정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교리에 집착했던 교종에 대립하여 말 보다는 솔선수범의 수도를 강조했던 불교 선종의 `불립문자(不立文字)'가 갖는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최정연(솔로몬 논술 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