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조기교육이라며 두세 살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는데 내 영어 수준은 그야말로 꽝이다.“쟤는 겸손해서 저렇게 말하는 걸 거야.” 혹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하겠지.” 이런 생각을 갖는 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고등학교시절 영어에서 ‘가’를 받아보기도 했던 나다. 그만큼 “영어” 이 두 글자만 들으면 금새 머리가 아프다. 또 괜히 왜 영어가 세계 공용어일까 하는 심통도 부려본다. 중국에서 유학을 하다 보니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쓸 기회가 많아졌다. 도저히 이런 실력으론 남들 대화에 낄 수 없어서 이번 학기부터 완전 기초 원어민 영어 회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수업 한 달이 채 못된 며칠 전, 혼자 할 일도 없고 해서 마트에 갔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옆에서 어떤 남자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영어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묻는다. 그러며 자기는 독일 사람이란다. 또 뭔가를 영어로 물어본다. 뭐라 그러는지 들리지도 않고, 대충 어림짐작으로 무슨 학교 다니냐 물어본 것 같단 생각에 “Fudan University”라 대답을 했는데 그 쪽은 “Chinese?”하고 반문한다. 뭘 배우냐 물었나 보다. 그러면서 또 영어로 말하는데 들리는 단어라곤 “When” “coffee” “together”과 전화 번호 알려달라는 정도. 물론 영어도 못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도저히 문장으로 대답을 해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마냥 바쁜 척을 하며 “NO!”라 외치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이 일을 계기로 또 한번 영어의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어떻게 발버둥을 쳐도 영어라는 굴레 안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한걸음 벗어나기 위해 나는 외쳐본다. “I can do it!”
▷복단대 유학생 이정현